한국일보

여성의 창/죽을 만큼 사랑 한다

2005-12-08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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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주부>

처음 본 순간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그 이외에는 세상 모든 것이 의미 없이 서 있는 조각, 눈길이 닿지 않는 그림 같았다. ‘심장이 멎는 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눈은 그저 한 곳에 고정되고 다시 정신 차려 돌아 와 보니 심장은 다시 뛰는데 정상이 아니다. 그렇게 넋 놓고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하던 그를 떨리는 마음에 눈 마주치기 무섭게 돌리게 되고 갈팡질팡 하게 된다. 그 거짓말 같은 첫눈에 반한다는 사랑, 죽을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지독한 거짓말 같은 사랑.
너무 독하게 빠져 들어서 먹을 수도, 잠잘 수도 없고 그 사람 모습이 하루 종일 아른거리고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습이나 느낌을 갖고 있는 대상에게 눈길을 고정 시키게 되는 중독성 사랑. 함께 할 수 없는 시간은 모든 기운이 다 빠져 나가서 무엇을 해도 들어오지 않고 그 모습만 떠올리게 되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립다는 이유만으로 눈물 가득 고이는 사랑.
그냥 미쳐 버릴 걸. 그냥 속 편하게 너 때문에 죽어 버릴 만큼 힘들다고 말해 버리고 싶지만 혹여 달아나 버릴까봐 다 말로 못 하고 마음 닳아 한숨만 쌓아 놓고 있다가 한번의 웃음과 다정한 눈길에 힘든 시간은 없었다는 듯 무너져 버리고, 마음에 뭉게구름 안은 듯 내 몸을 꽉 채우고 마는 사랑. 모든 게 그에게서 시작되고 그에게서 끝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그래서 나를 행복하고 힘든 바보로 느껴지게 만드는 사랑. 나 사는 동안 다시는 해보지 못할 것만 같은 그런 절박한 느낌의 사랑.

결혼하고 정말 오랫동안 이런 감정하곤 멀리 살지 않았는지. 남편은 함께한 세월과 함께 어느새 떨림의 대상이 아니라 마음먹은 대로 대 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식구. 죽을 만큼 사랑했던 감정이 있어 결혼 했어도 그저 사랑이려니 하는 느낌으로 결혼 했어도 시간 속에서 가족이 되어 가는 사람. 그런 남편을 여전히 마음에 두고 신뢰하고 싶은 가슴 한켠엔 세월 두고 쌓아 온 ‘정’이란 게 사랑의 자리를 조금씩, 조금씩 잠식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인걸. 그러고 보면 정은 사랑이 변한 감정이면서도 사랑을 발판으로 하고 있으니, 한 남자, 한 여자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그 긴 세월을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이 이젠 없어 졌냐고 남편에게 묻기도 어색한 나이가 곧 되겠지만, 남편에게 사랑이 없어졌다고 믿는 나이는 되고 싶지 않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을 위한 선물보다 먼저 남편을 위해 예쁜 선물을 포장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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