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배우며
▶ 유설자 (워싱톤여류수필가협회)
한겨울에도 소나무가 푸른 것은 올 봄에 낸 잎은 그대로 두고 작년 봄에 낸 잎들만 땅에 떨어뜨리기 때문이란다. 소나무 밑에 가지런히 쌓여있는 누렇게 뜬 소나무 잎들은 추워할 뿌리를 보호 하기라도 하는 양 세차게 부는 바람에도 안간힘을 쓰며 포근히 덮고 있다.
뒹구는 낙엽 따라 점점 추운 겨울로 치달으며 살짝 내린 첫 눈에 흥분할 때 오랜만에 미네소타에서, 뉴욕에서, 부부동반으로 먼 곳의 친구들이 나들이 왔다. 여고 졸업40여년 만에 이 곳 미국에서 만남을 시작으로(우린 학창 시절엔 전혀 아는 척 하지 않은 사이였지만 ) 우린 긴장과 설렘으로 오가는 ‘정’ 속에 익숙해지면서 우린 만나면 눈부시게 반갑고, 만나지 못하면 서로의 생각 속에 살다가, 오랜만에 만남 속에서도 전혀 거리감 없이 즐겁기만 하다. 남편들도 어느새 친구가 되어 골프를 즐기면서, 자랑하지 않으며 경쟁하지 않고 엄살 부려도 괜찮은 관계,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세월 따라 숙성해가는 포도주처럼 그렇게 무르익는 우정으로 노년의 무료함에 점점 활기를 불어 넣으리라. 요리를 잘 하는 친구를 주방장으로 갖가지 음식이 순식간에 만들어 식탁에 오르고, 붉은 포도주로 축배를 들며 서로의 ‘건강을 위하여’를 외치며 맛있는 저녁을 천천히 들며 담소 하기에 바빴다.
밤이 새도록 주고 받는 이야기 중에는, 지금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다는 명목아래 현재를 희생하고 있지는 않나? 과거에 사로잡혀 현재를 괴롭히지는 않나? 아무 생각도 없이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지 않나?를 주제로 잠은 저 멀리 달아나고 현재보다 소중한 시점이 없으니,더 나이 들기 전, 이 겨울엔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하자는 의견도 모아지기도 하면서, 대접 받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겸손한 사람들의 만남의 자리가 어울리는 밤이기도 했다.
마틴 루터가 “지구상에서 슬픔을 즐거움으로 만들고, 절망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며, 교만한 자를 겸손케 만들고 또 시기와 증오를 감소 시키는데 있어 음악처럼 딱 맞는 치료법이 없다”고 했듯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더 이상 늙지 않는 영혼과 마음을 고양시키는 아름다운 음률과 더불어 늘 푸르름을 보여주는 저 소나무같이 우리의 인생도 늘 푸르고 훨씬 푸근하게, 안정감있게 멋지게 흘러가도록 무던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유설자 (워싱톤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