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성호목사 칼럼

2005-11-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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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하는 마음은 감사하는 마음의 출발점임을 깨달으면서……

지난 주에 어머님이 한국에서 오셔서 저의 집에서 모시고 살게 되었습니다. 어머님과 함께 지내면서 저를 포함한 자녀들을 기를 때 고생하신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이 어릴 때는 듣지 못하던 내용도 많이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없는 살림에 당신은 드실 것도 잘 드시지 못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먹이신 이야기, 당신의 속옷은 다 헤어져도 아이들에게 표나지 않게 해주시던 이야기 등등 아마 그 또래 어르신들이라면 다 공감할 그런 내용들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참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 내가 정말 어머님의 깊은 사랑을 몰랐구나, 내가 효도하지 못했구나 하는 회개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회개하는 마음이 들수록 더욱 더 감사한 마음이 깊어졌습니다. 그때 진정한 감사는 회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불만이 많은 부인들이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도 바로 회개에서 시작됩니다. 곤히 잠든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밖에서 모든 어려움을 겪고도 집에 와서는 내색하지 않은 남편의 마음을 내가 정말 몰라주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회개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부인에게 불만이 많은 남편들은 부인이 피곤해서 곤히 자는 모습을 보면서, 밖에서도 일하고, 집에서도 살림하고, 아이들 키우느라고 모든 어려움을 참아내면서 남들 같은 호강도 하지 못한 아내의 심정, 남편 하나만 바라보고 이민 생활하는 아내에게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하는 회개하는 마음이 들 때 정말 감사한 마음이 시작됩니다.

저의 자녀들과 대화하다 보면 역시 같은 진리를 발견합니다. 이전에는 이야기 하지 않더니 이제는 자기들이 어릴 때 백인 아이들에게 놀림 받고, 심지어는 몰래 매맞고 밀침 당한 이야기를 해 줍니다. 저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이들이 그냥 구김살 없이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동양인으로서 알게 모르게 인종 차별을 겪으면서 아이들도 마음 고생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몰라준 것을 생각하니 정말 미안하였습니다. 회개하는 마음이 들면서, 그래도 이렇게 반듯하게 자라주고 하나님 믿는 아이들로 남아 있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감사하는 것도, 부부 간에 서로 감사하는 것도, 부모가 자식에게 감사하는 것도 회개하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서로 얼마나 부족하고, 우리가 서로 얼마나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였는가를 회개할 때 진정한 감사가 시작됩니다. 이 가을의 계절에 회개에서 시작하여 감사로 마무리 짓는 성숙한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는 귀한 우리들의 수확이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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