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그네스 한 칼럼

2005-11-3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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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에는 꼭 터키를 먹어야 되는 줄 아는 애들 때문에 커다란 터키를 낑낑거리며 사들고 와, 김치 만들때에 사용하는 커다란 통에 소금물 담아서 재워 놓았다가 이것저것 다 발라 오븐에 5-10시간씩 굽다보면 냄새가 그럴듯 해진다. 애들은 터키 남은 것을 샌드위치도 해먹고, 야채 넣어 볶아 먹기도 하니 늘 커다란 터키를 구우라고 주문한다. 구색 맞춰서 먹으려니 감자 삶고, 옥수수 찌고, 스터핑도 만들고…. 나중에는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게 할 일이 많다. 또 어른들은 빡빡한 맛의 터키 보다는 촉촉한 맛나는 햄이나, 돼지갈비를 좋아하니 매뉴가 또 추가돼고, 또 빠질 수 없는 배추김치나 파김치가 함께 상위에 오르면, 말없이 나이별로 메뉴가 갈라진다. 또 이따금 집에 오는 딸애가 김치찌게를 정말 먹고 싶어하니 별도로 부엌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돼지고기 숭숭 썰어놓고 끓인 김치찌게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식탁이 모자랄 정도로 별별것 들이 다 나와 앉아 있으니 어른들이고 애들이고 너무 먹어 배를 안고 다닌다.
집안에 컵이란 컵은 다 나와 있고, 그릇이란 그릇도 다 나와 있던 것 같은 날, 냉장고는 남은 음식들 넣어 두느라 숨쉴 구멍만 조금씩 남아 있는 것 같고, 설겆이 통에 가득가득 차는 그릇들 설겆이 하고 뒷정리 하느라 어깨, 팔, 다리, 허리 안 아픈 곳이 없다.
애들 없던 조용한 집안에 이리저리 몰려 다니며 웃고 떠들고, 먹고 돌아서면 또 먹고,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전화벨 소리들, 화장실에는 우수수 떨어져 있는 긴 머리카락들, 여기저기 떨어뜨려 놓은 목욕탕의 수건들, 수북히 쌓이는 쓰레기통, 현관 가득히 놓여 있는 신발들… 다 사람 사는 재미지.
이 애 저 애가 끌고 와 널풀어 놓은 가방들에 걸려 넘어질 것 같은 집안에 조금씩 익숙해 지려니까 주섬주섬 짐 챙겨, 한번씩 안아주고는 “안녕”하며 떠나 버리는 미운 녀석들. 서운해 하는 부모 마음은 절대 모르는 것처럼 손 흔들며 씩씩하게 떠나가는 나쁜 녀석들. 다 그렇게 사는거겠지. 나도 예전에 저랬었지.
“ 한달 있으면 다시 오겠지” 중얼거리며 현관문 닫고 돌아서서 바라보는 집안이 왜 이렇게 텅 빈것 같을까… 돌아 가는 길 잘 보살펴 주십사 하느님께 기도 드린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뭘 만들어 줄까? 김치 빈대떡? 부추만두? 엄마의 사랑을 이렇게 밖에 나타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워 해 먹이고 싶은 반찬가지 수는 점점 늘어난다.
소란스럽게 만나고, 헤어지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 드리고, “아이고” 소리 지르며 이것저것 해 먹일 수 있음에 감사 드리고, 만날 날을 기다릴 수 있음에 감사 드린다.
이런 축복을 내년부터는 모일 가족들 없는 분들과 함께, 같이 모여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싶다는 기도도 같이 드려야겠다.
사랑을 나누면 커진다는데, 감사의 마음도 나누면 커질 것 같아요.
(510) 388-2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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