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그러니까 셋
2005-11-16 (수) 12:00:00
김정옥<주부>
그러니까. 있을 때 잘 해.
그 사람은 새벽잠이 없고 나는 새벽잠이 많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간 그 사람은 운동을 다 끝내고 담배 진처럼 진하고 쓰다는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사 들고는 집으로 온다. 아침 잠보인 아내가 하루에 딱 한 잔은 마셔야만 기분 좋아진다는 커피를 그는 잊지 않고 사 와서는 내 머리맡에 놓아준다. 그래서 우리 집 앞 커피 샾 에서는 모두가 그 사람을 안다. 그 곳에서 그 사람은 커피를 아주 좋아하는 미스터 ‘Tall Coffee’가 되어 있다.
오며 가며 코너 코너에서 스타벅스 커피 샾을 본다. 많이도 있다. 잘도 보인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을 했다. 우리 두 사람 중에 누군가 한 사람이 먼저 가고 나면, 둘 중에 남은 한 사람이 저 잘도 보이고 많기도 한 커피 샾을 어떻게 볼 수가 있을까 하고. 사다 주던 사람은 ‘음~ 아빠 이 커피 너--무 맛있다!’ 하며 마셔 주던 사람이 그리워 질 것이고. 커피가 마시고 싶어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열었던 난 어쩌면 그 커피의 맛이 달라졌다며 맥없는 투정을 할 지도 모르겠다.
맞네 안 맞네, 밉네 곱네, 사네 안 사네 해도 결국엔 부부뿐이다. 남들이 모르는 미주알 고주알 다 아는 사이이다 보니 미울 때도 많다.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부디칠 사람이 그사람 말고는 없다. 두 사람 모두가 서로 자신이 참기 때문에 살아간다는 착각을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 착각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수 십 년을 같이 살아왔을까 싶다. ‘어-휴, 내가 그냥 교회 사람들을 몽땅 불러다 놓고 저 사람에 대한걸 다 불어 버려? 말아?’ 사회적 매장을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도 있지만 어쩔거나. 그래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바꿔놓고 보면 나도 마찬가진 걸. 겉 다르고 속 다르고. 집에서 다르고 나가서 다르긴 내가 한 수 윈 걸. 어쨌거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래도 나를 가장 아껴줄 사람은 바로 저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제 그리 머지 않아 하나가 먼저 가고 나면 우린 저절로 그리워 져서 외로워 질 사이인걸. 더 많이 후회하지 않으려면 있을 때 잘 해 주어야겠다. 또 내가 참는 거 맞지?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