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날은 정녕 오고 있는가

2005-11-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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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

▶ 동심초 <스프링필드, VA>

그리스 신화를 보면 인간에게 불을 선사했기 때문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신에게 벌을 받아 독수리에게 매일 심장을 쪼아 먹히는 무서운 고통을 반복하고 있다.
인간에게 불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에너지인데 왜 상을 받지 못할 망정 끔찍한 벌을 받고 있을까. 오랜 세월 문득문득 의문이 생기나 그 수수께끼의 해답은 알 수가 없었다. 불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다. 추운 겨울은 어찌 지낼까. 날 곡식과 날고기를 어찌 씹을까. 캄캄한 밤에는 어찌 다닐까. 나무로 불을 이용하던 시대에서 석탄과 조개탄을 썼고, 한 발짝 더 발전하여 전기를 사용하고, 이제는 핵까지 동원되었다. 가위 불의 발전은 눈부시다.
두 발이 고작 교통의 수단이었는데 마차를 타고 다니던 시대를 넘어서 자동차로 육지를 미끄러져 다니고, 공중을 날아다니며, 쾌속정으로 바다를 가르며 질주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신의 정원인 밀림지대를 깎아 산업발전의 도구로 이용하니 지구의 산소는 날로 부족해지고 극도의 이기주의자와 편리주의자들의 요구에 의해 세계 각국 산업의 아궁이에서 검은 연기가 대기권을 어지럽히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 기온은 지구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고통의 신음일까.
가끔 매스컴에서 지구 온난화에 대해 보도해 상식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서는 깊이 체험하지 못했다. 최근 MBC의 창사특집 ‘빙하’ 다큐멘터리를 보고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다. 기후 변화로 인하여 앞으로 불과 5~20년 사이에 지구의 생태계가 3분의 1이 사멸되고 지구는 서서히 아무도 살 수 없는 불덩어리가 된다고 했다. 또 다른 보도를 보면 50년 내에 지구 동식물의 3분의 1이 멸종위기에 처헐 수 있다고 했다.
생태계의 3분의 1 사멸에 인간도 포함된다면 요한 묵시록에 계시한 마지막날은 이미 시작되고 있는 걸까. 이런 때에 개인적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도무지 대책이 서질 않는다. 나 역시 현대의 모든 문명의 이기들을 이용하고 있으니 지구 멸망에 공범자이구나. 교토의 정서는 과연 병든 지구를 살릴 수 있을까.
이제 희미하게나마 왜 프로메테우스가 끔찍한 벌을 받고 있는지 그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다. 우리 각자 개개인이 모두 이 지구를 위해서, 아니 우리 자손들을 위해 무언가 적극적으로 해야되는 때가 아닌가. 아니면 속수무책 말없이 지구와 함께 공포의 때를 맞이하여야 하나.
동심초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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