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그러니까 둘
2005-11-09 (수) 12:00:00
김정옥<주부>
그러니까. 귀한 것은 퍼지지.
프리웨이를 타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여자가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한 손을 흔들고 해가 나면 두 손을 흔들며, 우리 다같이 또 새로운 하루를 오늘도 선물 받았다 는 기쁨의 인사를 전해 주는 여자. 그래서 우리들을 기쁨으로 깨어나게 해 주는 여자. 어찌 보면 좀 어눌한 사람인 것도 같고 또 어찌 보면 몸집만 좀 큰 애 인 것 같이 보이는 아침의 희망보따리. 다리 위의 천사.
처음엔 별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그냥 지나치다가 한번쯤 손을 흔들어 주는 인사성 바른 여자인 줄로 알았다. 저게 재미있을까? 몇 번 본 후론, 어디가 약간 모자라는 여자가 아닌지 몰라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아침 나들이가 귀하게 느껴졌고 아름답게 보여지고 있었다. 보이는 것만 보던 나에게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보여지고 있었다.
그가 가진 작은 것 하나만으로 그가 지금 나누어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착실히 나누고 있는 그 모습이 진정으로 마음에 와 닿고 있었다. 그 여자만의 사랑 전하기가 나에게도 고리를 엮은 셈이다. 나의 하루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활짝 열리고 있었다. 가난한 내 마음의 벽에 힘 찬 물보라를 쳐 대고 있었다.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사랑임을 알았다. 살아 일하는 사랑.
한국에 갔다 오느라 한 달 가량 비운 후에 또 한 일주일을 시차로 헤매다가 정신을 차리고 일을 가려고 차를 탔다. 운전을 하고 급히 달리는데 뭔지 허전했다. 없었다! 오늘도 내일도 또 오늘도. 그리고 또 오, 늘, 도…
마음을 흔들었던 사람이 안 보이면 흔들렸던 마음의 크기만큼 아픔이 더 큰가 부다. 잃고 난 것이라 더 귀하고 아쉽다. 보이지 않아 더 아름답고 아름답기에 더 빨리 가 버렸는가. 사랑의 고리에 걸린 가슴속으로 보이지 않는 위안이 생긴다. 이렇게 퍼지는 거야.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