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바운스’(Roll Bounce)
디스코 시대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당시 유행했던 잼 스케이팅(롤러스케이트와 디스코)과 부자간의 갈등을 그린 젊은이의 성장 드라마. 1978년 여름 시카고. 틈만 나면 도시의 남쪽에서 스케이팅을 하며 즐기는 틴에이저 사비에르와 그의 친구들은 그들의 단골 장소가 문을 닫으면서 할 수 없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도시 북쪽의 거대한 스위트워터 링크로 장소를 옮긴다.
그러나 이 곳은 가죽옷을 입고 멋을 부리는 거만한 스위트니스와 그의 친구들의 아지트, 스위트니스 일당의 괄시에 분개한 사비에르와 그의 친구들은 스위트니스 패거리를 상대로 연례 스케이팅 대회에서 맞붙기로 한다. 스케이팅과 함께 시비에르와 실직자인 아버지와의 갈등과 자질구레한 로맨스가 곁가지를 친다. PG-13. 전지역.
‘서부전선 이상 없다’ (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독일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반전 걸작 클래식을 원작으로 만든 흑백 명화, 감동적인 평화에 대한 호소 영화로 꼭 보기를 권한다. 루이스 마일스톤 감독의 1930년작.
1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전선에 뛰어든 순진한 독일 청년들의 허무한 죽음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을 통렬히 고발하고 있다. 학생들은 애국의 열기에 들떠 학업을 중단하고 전쟁에 나가나 전장에서의 참담한 고통과 죽음을 겪으며 전쟁의 허무를 깨닫게 된다.
전투장면이 극적으로 치열하고 전우애와 젊은 군인들의 참호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순수 등의 묘사가 가슴을 치는 뛰어난 작품이다. 치열하고 거칠면서도 서정적인 영화. 25일 하오2시 감독노조회관(7920 선셋)
‘킨’(Keane) ★★★½
혼란스런 마음을 깊이 파고들어 분석한 강렬하고 집요한 드라마로 주인공 윌리엄 킨 역의 데이미안 루이스의 연기가 충격을 받을 만큼 격하고 집요하다. 그의 연기 하나가 영화 전부를 이끌어나간다.
버스정거장에서 어린 딸을 잃어버린 킨이 정거장 인근 모텔에 투숙한 뒤 며칠간 딸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 내용이 지독히 어둡지만 보고 있으면 강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잃어버린 고통과 슬픔을 견디다 못해 남의 딸을 훔치기까지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루이스의 숨막힐 듯한 강렬한 연기에 의해 극사실적으로 묘사된다.
킨은 버스정거장 주변을 헤매고 다니며 보는 사람마다 딸을 봤느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혼자 중얼대는 그가 광인이라고 느껴지나 시간이 흐르면서 킨이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의 마지막 눈물에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된다. R. 선셋5
‘팀 버튼의 시체신부’(Tim Burton’s Corpse Bride)
괴이한 시각미를 창조하는 팀 버튼 감독의 두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첫 번째는 1993년작 ‘크리스마스 전날의 악몽’)으로 위트 있는 꼭두각시 쇼. 표현주의적 디자인이 환상적인 일종의 도깨비 영화다.
수줍음 타는 섬세한 빅터(자니 뎁 음성)는 아름다운 빅토리아(에밀리 왓슨)의 약혼자. 빅토리아는 알거지가 된 귀족 에버글로츠가 애지중지하는 딸로 에버글로츠는 딸의 결혼을 자신의 상류사회에로의 재진출 기회로 여긴다. 그런데 결혼계획이 잘못되면서 숲 속에 들어간 빅터는 본의 아니게 행복한 도깨비들의 지하세계에 사는 시체 신부(헬레나 본햄 카터)와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빅터는 푸른 피부에 마이클 잭슨의 코를 하고 볼이 썩어 들어간 이 송장 신부가 무섭기는커녕 너무 사랑스럽기만 하다. PG. 전지역
‘댈트리 칼훈’(Daltry Calhoun)
댈트리 칼훈은 테네시의 시골마을 덕타운의 지역 영웅, 그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씨와 뗏장이 미국의 최고 골프장 중 몇 곳을 덮어 이 시골의 이름을 날리게 해줬기 때문이다. 또 댈트리는 TV에도 나와 인기인 행세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 옛날에 헤어진 애인 메이가 재주가 있는 10대의 딸 준을 데리고 댈트리의 집에 당도한다. 메이는 불치병에 걸려 준을 댈트리에게 맡기기 위해 온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댈트리의 사업마저 기울기 시작하면서 그는 동네 사람들 모르게 자산을 처분하기 시작한다.
댈트리는 자기를 좋아하는 동네 가게 여주인의 도움 제공 선의를 뿌리치면서 기우는 회사 되살리랴 또 난생 처음 아버지 노릇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PG-13. 아크라이트
‘벽’(Wall) ★★★½
이스라엘이 2002년에 이스라엘과 웨스트 뱅크를 가르는 군사분계선에 설치한 400마일에 이르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와 철사와 도랑으로 이루어진 보호벽(이스라엘 측 명칭)에 관한 차분하면서도 충격적인 기록 영화다. 아랍계 유대인인 여류감독 시몬 비통은 이 벽에 관한 사연과 벽을 사이에 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간의 진술을 고르게 들려준다. 그러나 보는 사람은 팔레스타인 측을 동정케 되는데 과거 나치가 설치한 철조망 안에서 살았던 유대인들이 이번에는 자신들이 철조망을 치고 산다는 사실이 실로 역설적이다.
감독은 보안을 위한 조치라는 이스라엘 측 얘기와 자신들을 가두려는 짓이라는 팔레스타인 측 반박을 들려주면서 이 벽이 갖는 다양한 뜻을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보여주고 있다. 모니카(310-394-9741)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