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야 생 화
2005-09-20 (화) 12:00:00
정신자<주부>
<닭의장풀, 며느리 밑씻개 꽃, 병아리난초, 족도리풀, 너도바람꽃>
처음 들어 보는 꽃 이름들은 “천영석의 야생화를 찾아서”라는 프로그램을 올 봄 컴퓨터로 보면서 들었다. 멸종 위기에 있는 희귀 종들만 찾아 전국 산야를 헤매며 카메라에 담은 노고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숙연 할 만큼 귀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선명한 꽃 사진에 일일이 그 이름과 유래까지 자세하게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 그 기사가 컴퓨터에 뜨는 날은 밤늦도록 읽었다. 멸종된 야생화를 깊은 산골짜기에서 몇 년 만에 만났다는 기쁨에 나도 덩달아 흥분하고, 유일하게 한군데만 있는 것을 보호하기위해 울타리까지 세워 놓았는데 몰래 파 갔더라 는 기사를 읽으면서 는 울분을 터뜨리기 까지 했었다.
깊은 산속 맑은 공기와 나무 그늘에서 피어나야 하는 순수한 꽃들이 오염된 공기와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 안에서 살아주기 바라는 인간의 탐욕을 원망도 해본다.
2년 전 모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큰언니가 분재로 잘 가꾼 화분에서 작은 가지하나를 뽑아 싸고 또 싸서 가방 구석에 끼워 주셨다. 통관에 지장이 있다고 거절해도 작아서 안 보일 것이라는 억지에 가져왔으나 공기도 통하지 않는 가방 속에서 장시간 견뎠으니 살지 못할 것 같았지만 화분 구석에 꽂아 놓았었다. 여름이 가고 가을 겨울동안 그 신통치 않던 작은 가지가 점점 파란빛을 띄우더니 화분 전체로 번지며 꽃대가 올라오고, 이른 봄 꽃이 맺히기 시작한다. 신기해서 언니에게 꽃 이름을 물으니 제주도 야산에서 피는 <야생 취>라고 하신다.
그러던 어느 날 부풀었던 봉우리가 터지더니 장미 같은 화려함과는 비교도 안 될 수수하고 하얀 작은 꽃들이 종이로 만든 종을 매단 듯 주렁주렁 피기 시작하니 감탄사가 나올 만큼 처음 보는 꽃 모양이 신비스러웠다.
척박한 산에서 제 스스로 버티며 견뎌온 끈질긴 생명력이라 벌레도 끼지 않고 제때에 물을 주지 못해도 잘 견디며 윤기 나는 파란 잎을 사철 유지한다.
꽃 가꾸기를 즐기는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는데 한결같이 잘 키워서 꽃을 피운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예쁜 꽃이라고 즐거워한다.
중국 사신으로 갔던 문익점 선생이 그곳에서 재배되는 목화를 처음 보고 그 씨를 붓 깍지에 숨겨 들여와 재배에 성공하여 우리나라에 목화를 퍼트린 선인을 생각하며 나도 이 꽃을 골고루 나누어 이곳에서도 우리나라 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