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있으나...
2005-08-18 (목) 12:00:00
▶ 살며 생각하며
▶ 동심초 / 스프링필드, VA
고대 아테네의 명문가 출신인 솔론이란 사람이 정치에 관하여 적법한 법을 제정하고 있을 때 때맞춰 그의 절친한 친구 아나카르시스가 방문하였다. 아나카르시스는 솔론을 비웃으며 말했다. “법이란 권력가나 재벌들에게는 한낮 허약한 거미줄과 같아서 범법을 하고도 그 법을 찢고 지나가지만 영세민이나 힘없는 날파리 같은 소범죄자들만 걸려드는 것일세. 괜한 법 만드느라 애쓰지 말게나.”
솔론 왈, “정치 지도자들은 재물을 원하나 불의로 얻지 말고 덕과 재물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 덕은 남이 훔칠 수 없으나 재물은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참 좋은 말이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각골 명심하여 실행하면 얼마나 좋을까. 높은 신분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에 따르는 도덕과 의무는 더 한층 큰 것인데 오히려 그들은 온 나라를 불법으로 가득 채워놓았다.
현재 한국은 X-파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불법 도청 테이프 내용은 뒤로 돌리고 도청을 한 하수인들만 문제의 대상으로 삼으려 머리들을 짜고 있는 것 같다. 각 정치 정당에서는 불법 도청의 내용을 볼모로 각 정당의 이익을 챙기려고 혈안이 된 것 같다.
한국의 헌정사를 보자. 쿠데타 정권 30년, 갖은 만행을 저지르고도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정치군인들이 둘. 이상한 일이다. 문민정부라며 자칭 민주주의 투사라 부르짖으며 최고의 권좌에 앉아서 알게 모르게 갖은 부정을 다 저질러 놓고 그 책임은 아들들에게 뒤집어 씌워 감옥에 보낸 이가 둘. 이상한 일이다. 사적으로 공적으로 불의를 저지르고도 노벨상을 수상하고 평화의 사도인양 행세를 하는 것도 가소롭고 이상한 일이다.
쿠데타의 후손이 한나라당, 딴나라당, 차떼기당의 당수로서 당당하게 민생고를 해결하라고 불호령을 하는 것도 가소롭고 이상한 일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실기업이라 하여 이런저런 명분에 의해 기업체가 하나씩 사라져 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불법정치 자금으로 천문학적인 재물을 갈취하였는데도 대한민국이 아직도 건재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항상 그래왔듯이 검찰은 권력가와 재벌들의 시녀인가?
공소시효란 법은 정재계의 굵직한 범죄자들의 피난처인가? 지나간 공소시효에 그들의 모든 죄를 숨기고 편히 앉아 세상을 조롱한다. 현실이 이러할진데 투기하고 사기치고 한탕 못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
동심초 / 스프링필드,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