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운 풍속도
▶ 고유가 시대 서민들 ‘생존전략’
고유가 시대를 맞아 개스값 절약을 위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8월 들어 매일 개스값 최고기록이 경신되고 “앞으로 개스값이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란 보도까지 나오자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하이브리드 차량 인기: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큰차를 작은차로, 특히 SUV 같은 ‘개스 폭식’ 차량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바꾸는 것. 출퇴근 시간에 HOV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하이브리드 차의 매력 중 하나다.
버지니아의 게인스빌에 거주하며 워싱턴 DC 가게로 매일 출퇴근하는 한인 박모씨(46). 작년 10월에 ‘큰차’를 장만한 그는 17일 다시 딜러샵을 방문해 하이브리드 차를 들러봤다. 한번 주유 때 내는 개스값이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50달러를 돌파하면서 그는 참기 힘든 마음이 됐다. 더구나 최근 하이브리드 차를 구입한 장인이 여행을 다녀온 뒤 “기름값이 13불밖에 들지 않더라”고 자랑한 것도 그의 결정을 재촉하는 요인이 됐다.
혼다자동차의 한인 딜러 N씨는 최근 한인 고객들의 달라진 태도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하이브리드 차량을 주로 구입한 것은 미국인 고객들이었다. 싼값에 차를 사려 하는 한인들은 그간 하이브리드 차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달 들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특히 “SUV를 하이브리드 차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전화 문의가 하루에도 몇통씩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싼 개스값 헌팅: 이모씨(35)는 16일 애난데일 직장을 퇴근할 때 차량 계기판에 ‘주유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센터빌 집을 지나 마나사스 주유소까지 간 뒤 주유를 마쳤다. 애난데일의 레귤러 개스값 1.71달러와 매나세스의 1.62달러는 갤런당 9센트의 차이가 있었고, 20갤런을 주유하니 2불에 가까운 가격차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싼 개스 찾기’도 요즘 한인들 사이의 화제 중 하나다. “어디 주유소가 싸더라”는 정보를 입수한 뒤 해당 주유소에 가보면 차량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다 싼 가격을 위해 코스트코(Costco) 같은 할인점 회원에 가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역별로 싼 주유소를 알려주는 gasbuddy.com 등 웹사이트도 인기다. 이 웹사이트는 우편번호만 입력하면 일대에서 싼 주유소를 알려준다.
▲카풀 이용: 워싱턴 한인들의 주거지는 몇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개스값이 계속 오를 경우 카풀 이용방식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카풀 방식은 개스값 절약은 물론 HOV 레인 이용을 통해 시간절약 효과도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워싱턴과 마찬가지로 교통난이 악명을 떨치는 LA 한인사회에선 한인들 사이의 카풀 이용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교외 지역에서 LA 다운타운까지 매일 140마일 이상을 왕복하는 윤모씨는 최근 친동생, 교회친구와 함께 카풀조를 짜서 차 한대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셋 중 한사람이 저녁 약속을 하면 다른 두명도 시간을 맞추기 위해 저녁 약속을 만든다”고 말했다.
▲전철-버스 이용: 워싱턴에는 메트로 전철망이 갖춰져 있으나 모든 노선이 교외와 워싱턴 다운타운을 연결하는 형태여서 DC 출퇴근자 이외 한인들의 이용은 아직 적은 편이다.
그러나 고유가 시대가 장기화될 경우 이미 DC 등 도심권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전철망 중심의 생활패턴’이 외곽지역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최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