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론 브랜도가 공저한 소설 ‘환-탄’의 표지.
해적들 모험·로맨스 그린 ‘환-탄’내달 출간
영화감독 도널드 캠멜과 8개월간 공동작업
지난해에 80세로 사망한 말론 브랜도(사진)가 친구이자 영화 감독인 도널드 캠멜과 1970년대 공저한 해양 모험소설 ‘환-탄’(Fan-Tan)이 알프레드 코노프사에 의해 다음 달에 출판된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283페이지의 초고 상태의 글은 영화사학자 데이빗 탐슨이 편집했는데 종결 부분은 개요만 적혀 있어 탐슨이 마지막 장을 썼다.
‘운에 맡긴 승부’라는 뜻의 중국어 제목을 한 소설은 1920년대 남해에서 벌어지는 해적들의 모험과 로맨스를 그렸는데 탐슨은 주인공인 모험가 애니 덜트리가 브랜도의 환상속 자화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남자 주인공 이름을 여자 이름인 애니로 한 것이나 애니가 뚱뚱하고 장난기가 와 성적 매력이 있으며 아시안 여자를 좋아하는 것 등이 모두 브랜도의 모습이나 특성과 같다고 말했다. 브랜도는 생전 여장을 즐겨했는데 서부영화 ‘미주리 브레이크스’에서 여장을 했으며 그의 마지막 음성연기인 유작 만화영화에서도 여자 역을 맡았었다.
소설에서 애니는 총기밀수를 하다가 체포돼 홍콩의 교도소에 갇혔다가 석방된다. 그리고 애니는 아름다운 여자 해적 마담 라이 초이 산과 열애에 빠져 이 여자의 사주로 영국 선박에서 은화를 약탈하면서 액션이 작렬한다. 그런데 여자 해적은 실제 인물에 근거했다.
브랜도가 캠멜을 처음 만난 것은 1957년 파리에서 브랜도가 영화 ‘젊은 사자들’을 찍을 때. 스코틀랜드의 보헤미안 기질을 지닌 귀족가문 출신의 캠멜은 젊고 카리스마가 있는 멋쟁이 화가였는데 둘은 모두 당시 유럽서 유행하던 성적 실험과 아방가르드 영화 제작에 매료돼 친구가 됐다. 캠멜은 니콜라스 로그와 공동 감독하는 괴이한 심리 멜로물 ‘공연’(1970)에 나오는 록 가수 믹 재거의 상대역으로 브랜도를 초청했으나 브랜도는 이를 거절했다. 그러나 후에 영화를 본 브랜도가 영화에 반해 캠멜과 가까워졌다. 둘의 관계는 1974년 40세의 캠멜이 브랜도의 애인인 아니타 루의 10대 초반의 딸 차이나 콩과 열애를 하면서 악화됐으나 캠멜이 4년 후 콩과 결혼하면서 둘은 화해했다.
이 때 브랜도가 캠멜에게 영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환-탄’의 원고 집필에 들어가게 됐는데 브랜도와 캠멜은 각기 애인 루와 아내 콩을 데리고 브랜도 소유의 남해의 섬 테티아로아에서 8개월간 체류하면서 집필했다. 이 섬은 브랜도의 해양 모험영화 ‘바운티호의 반란’(1962)을 찍은 곳이다. 콩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도가 내용을 연기하면 캠멜이 쓰는 형식으로 집필 작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영화를 위한 초안이 완성됐으나 브랜도는 글을 스튜디오에 보내기를 거절했는데 그것은 그가 스튜디오 시스템을 경멸했기 때문. 그래서 캠멜은 이 초안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자고 제의했고 1982년 런던의 출판사 팬 북스로부터 선수금 10만달러까지 받았다. 캠멜은 홍콩과 LA서 역사적 사실에 대하고 조사하면서 글을 쓰고 브랜도는 글에 주석을 달면서 소설작업이 진행됐으나 브랜도는 갑자기 작업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탐슨은 브랜도가 글 작업이 지루하다고 느끼면서 우울증에 빠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브랜도 1986년에 선수금을 반납했다.
탐슨은 브랜도와 캠벨의 관계는 애증이 복합된 것으로 둘이 모두 동성애 성향이 있어서 가까워졌지만 그들이 진짜로 동성애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캠멜은 그의 마지막 영화 ‘와일드 사이드’를 만든 1996년 62세로 자살을 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브랜도는 깊은 고뇌에 빠졌었다고 한다. 한편 출판관련 주간지 퍼블리셔즈 위클리는 ‘환-탄’의 서평에서 “독자들은 이 흥미진진한 공해상의 서사적 무용담 속에서 해적들과 함께 신나는 모험을 즐기게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