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라/인
선발이냐, 불펜이냐? 김병현의 딜레마
김병현의 선발 호투로 콜로라도가 혼란에 빠져 있다.
김병현은 7일 콜로라도 쿠어스필드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6이닝 3안타 2실점으로 호투, 지난 3차례 선발 시험에서 모두 합격했다.
김병현은 3차례 땜질용 선발등판에서 16이닝동안 8실점을 기록했다. 시카고(컵즈) 전에서 6회에 당한 4실점을 제외하고는 15이닝동안 4실점으로 호투, 불펜보다는 선발 능력이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러나 콜로라도는 김병현의 선발 호투로 오히려 딜레마에 빠져 있다.
콜로라도는 김병현이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호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불펜의 몰락으로 조 꼴찌에 처져 있는 콜로라도는 선발보다는 쓸만한 소방수를 찾고 있다. 그러나 불펜에서는 죽을 쑤는 김병현이 선발에만 나서면 특급 투수로 돌변하자 다시 불펜으로 돌려야 할지가 고민이다.
반면 김병현의 입장에선 3차례 총알받이 등판에서 모두 호투, 빅리거 생존 자격권을 획득했다. 누가 됐든 어차피 희생양이 필요했던 경기에서 김병현은 모두 호투했다.
구단차원에서는 실험삼아 내보낸 경기였지만 김병현의 입장에선 죽느냐 사느냐, 생사가 달린 일전들이었다.
김병현은 올시즌 방어율 6.38을 기록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언제 호출될지 모르는 불펜에서 패전 처리, 불끄기 소방수를 오가며 들쭉날쭉, 아이덴티티 없는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 김병현은 나름대로 호투하고 있다. 특히 S.O.S. 선발 등판에서 호투, 구단의 신임을 쌓고 있다.
박찬호가 타선지원으로 6승을 기록하며 ‘부활찬가’를 부르는 것 못지 않게 김병현도 재기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김병현은 강호 애틀란타, 시카고(컵즈), 와잇삭스를 상대로 한 선발 등판에 무시 못할 실력을 선보였다. 올시즌을 끝으로 용도 폐기될 것으로 보였던 김병현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김병현이 부상중인 차콘이 돌아오는 18일까지의 2차례 선발등판에서 마저 호투하면 선발로테이션을 꿰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선발 능력을 믿어다오’
김병현이 역경 속에서 나름대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