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카고에서 한인2세들의 컨퍼런스가 열렸다. 대부분 20~30대 전문직인 이들이 되풀이 강조한 것은 “성장기에 나와 내 부모는 서로를 너무 몰랐었다”는 후회였다. 그나마 부모와 함께 갔던 몇 번의 여행이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어 살면서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힘이 되어준다고 그들은 말했다.
곧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방학은 직장의 휴가와는 다르다. 교육의 연장이어야 한다. 어떤 교육인가. 평소 부진했던 학과의 보충교육일 수도 있고 예술이나 스포츠등 특기의 집중 연마교육, 혹은 교과서 밖의 세계를 접하며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체험하는 현장실습 교육일 수도 있다.
아직 한국보다 덜하다지만 미국 교육 현장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신나게 노는 여름방학’은 이제 옛말이다. 주류사회, 한인사회 할 것없이 방학을 겨냥한 프로그램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머스쿨, 다양한 캠프, 각종 학원, 레슨, 자원봉사, 인턴, 캠퍼스 투어, 테마 여행, 모국연수…그 비용이 수백, 수천달러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부모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갖가지 싸고 좋은 프로도 적지 않다. 워낙 선택의 여지가 많아 부지런히 샤핑하면 자녀에게 적성과 관심분야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과학연구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든, 컴퓨터 캠프에 참여하든 자신이 원하는 한 분야에 풀타임으로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자녀의 장래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건 간에 잊지말아야할 것은 방학의 보다 근본적인 의미다. 방학은 자녀가 부모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흔치않은 시간이다. 자녀가 5살이든 15살이든 마찬가지다. 그동안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서로 바쁜 일과 속에서 건성으로 대해왔던 가족들이 대화와 접촉을 통해 서로를 재발견하고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회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유가 있으면 여행을 떠나고 형편이 안된다면 도서관에 가서 같이 책을 고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녀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부모와 함께 한 시간’이다.
방학은 앞서 말했듯이 교육의 연장이다. 영어과외, SAT준비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우선하는 것은 자녀에게 “사랑과 자신감,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며 대화할 상대, 삶을 이끌어 갈 가치관”을 심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은 생업을 잠시 희생하더라도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마련해야만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