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몸만 가는 ‘아들 결혼식’

2005-05-1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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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칼럼

“아들 결혼식은 이렇게 해야지…하며 막연하게 계획이 있었는데, 입도 뻥끗 못하게 되었어요. 아들과 며느리감이 벌써 한적한 산 속에다 예식장소 잡아놓고, 음식도 맞춰 놓고 … 부모님은 아무 준비할 것 없으니 그저 몸만 오시라는 거예요”
남가주에 사는 주부 K씨가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집집마다 자녀가 많지 않으니 집안의 결혼식이라야 한두번이 고작. 그런데 그런 아들 결혼식을 손님처럼 참석하게 되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예식 장소가 도시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산 속이니 웬만큼 가까운 사이 아니면 초대하기도 미안하고, 그 보다도 신랑신부가 하객 숫자를 미리 정해 놓아서 손님을 많이 부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조용한 대자연 속에서 낭만적인 결혼식을 하고 싶은 신랑신부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준비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 부모는 섭섭할 수밖에 없다. 신랑신부가 모두 전문직으로 자리를 잡아서 “결혼식 비용도 전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하니 그것도 섭섭하더라고 했다.
5월 결혼 시즌을 맞아 여기 저기서 청첩장이 날아든다. 청첩장들을 받고 보면 “이 사람이 언제 봤다고 나한테 청첩장을 보내나?”싶은 청첩장들이 심심찮게 섞여 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요즘은 결혼 소식은 들리는데 청첩장이 안 오는 경우들이 간혹 있다. 이유는 대개 두 가지. 첫째는 리셉션을 상당히 비싼 곳에서 하는 경우. 예를 들어 리셉션 비용이 1인당 200달러 수준이라면 청첩장을 마구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는 신랑신부가 결혼식 준비를 주도해서 부모가 끼어 들 틈이 없는 경우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결혼식을 ‘일생일대의 이벤트’로 여기며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좋은 점도 있지만 부모들과 정서적으로 맞지 않아 불협화음이 터지기도 한다.
지난해 딸을 결혼시킨 한 아버지도 난처한 경험을 했다. 부모 세대에 맞춰 한인 목사가 주례를 하고, 한인 성악가가 축가를 부르도록 결정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딸과 사윗감이 주례사와 축가를 미리 들어 봐야 겠으니 녹음 테이프를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자신들에게는 평생 가장 중요한 일이니 빠짐없이 챙기겠다는 태도였다.
“목사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주례사 테이프를 미리 받았습니다. 하지만 축가 부를 분에게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마침 그 분 노래 테이프가 서점에 있기에 그걸 사서 보냈지요”
과거 자녀결혼은 며느리·사윗감 고르기부터 예식 준비까지 100% 부모의 일이었다. 이제 그 일은 서서히 당사자들의 일로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부모에게는 좋은 점도, 섭섭한 점도 있다. 하지만 일단 변화가 시작되면 필요한 것은 적응이다. 부모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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