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즈, 안심하긴 이르다
2004-10-14 (목) 12:00:00
레드 삭스의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뉴욕 양키즈는 13일 뉴욕에서 벌어진 ALCS 2차전 경기에서 보스턴 레드 삭스를 3-1로 일축하고, 시리즈 2승무패로 90년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레드삭스와 보스턴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이날 2차 경기는 양키즈로서나 레드삭스로서나 시리즈의 향방을 가름하는 분수령이었다. 1차전 패배로 꼭 이겨야할 경기에서 보스턴은 이렇다할 화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완패, 사실상 시리즈의 주도권을 뉴욕에게 빼앗겼다.
보스턴은 이날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페드로 마티네즈를 출격, 배수진을 치고 맞섰으나 방망이가 5안타로 침묵하는 바람에 뉴욕에 속절없이 2승을 내줬다. 반면 뉴욕은 페드로 마티네즈를 상대로 단 4안타, 3점에 그치며 고전했으나 기대치 않았던 제 2선발 존 리버의 역투로 보스턴의 기를 꺾는데 크게 성공했다. 2승을 먼저 거둔 양키즈는 이제 상처받은 보스턴이 스스로 나가떨어질 때까지 여유있게 견제하는 일밖에 없다.
보스턴에서 벌어지는 원정 3연전에서 1승만 올려도 시리즈 승리는 따논당상이다. 그러나 자칫 선선히 보고 달려들었다가는 보스턴의 매서운 방망이에 역으로 물릴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 보스턴의 타력은 1차전 경기에서도 보여줬듯 양키즈에 3연패를 가할 수 있는 충분한 화력을 갖추고 있다. 2승을 먼저 거두었다고 기고만장하다간 보스턴의 역습에 당할 공산이 크다.
보스턴의 입장에선 2패를 먼저 당하며 자존심이 크게 손상됐다. 남은 5차전 중 양키즈를 상대로 4승1패를 기록하기란 여간 부담이 아니다. 더욱이 믿었던 ‘우승 청부사’ 쉴링마저 발목 부상으로 등판이 불투명해졌다. 사기가 이만저만 꺾인 것이 아니다. 보스턴이 전세를 뒤집으려면 무조건 홈에서 벌어지는 3연전에서 싹쓸이승을 거둬야 한다. 단 1게임만 내줘도 양키즈의 기선을 제압하기란 무리가 따른다. 보스턴에서 벌어지는 3연전에서 무시나의 등판이 예상되고 있으나 어차피 3,4,5차 전은 제 3, 4선발로 이어지는 난타전 경기다. 장타력의 보스턴이 크게 유리하다. 뉴욕에서 억눌렸던 보스턴의 방망이가 크게 폭발할 전망이다. 뉴욕은 어떻게 하든지 보스턴에서 활화산 타선을 피해 1승을 낚아야 홈에서 여유 있게 6,7차전에 대비할 수 있다. 아무리 원정 시리즈라해도 3연전 싹쓸이 패는 곧 시리즈 패배를 의미한다. 더욱이 무시나가 던지는 5차전에서 크게 무너지거나 역전패 등으로 보스턴의 기를 살렸다간 뉴욕의 6,7차전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뉴욕이 2승 무패로 앞서고 있으나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아직은 승부를 점치긴 이르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