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나이 먹을 수록 꿈을 꾸고 싶어요
2004-09-13 (월) 12:00:00
성혜정(어린이 사역자)
아무리 나이 먹는 것을 숨기려해도 사십대 중반을 넘기면 티가 난다. 우선, 흰머리카락이 눈에 띈다. 흰머리카락을 뽑아내어 손에 올려주던 딸 아이가, “엄마, 이젠 안되겠어요. 너무 많아서 염색을 해야 해요하고 쪽집게를 내려 놓는다. 나는, “아니. 웬만하면 염색하지 않으려고.”라고 대꾸한다. 왠지 염색을 하면 계속 더 짙게 염색을 하게될 것 같아서이다.
흰머리를 뽑으면서 머리 숱이 자꾸 없어지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겁도 난다. 내 친구가 흰머리를 자꾸 뽑으면 나중에는 대머리가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게 사실인지도 모른다. 딸아이 성화에 못 이겨 눈썹을 정리한 적이 있다. 조금씩 뽑으며 다듬다가 자꾸 뽑게 되었는데 이제는 아예 눈썹이 나오지 않아 괜찮은 눈썹을 망친 것 같아 후회가 막심하다.
아침마다 거울을 볼 때 이마와 눈 가장자리에 잔주름이 늘어가는 것을 보게된다.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근육을 쓰지 말고‘호호호’ 웃으라고 누가 귀뜸 해 주었지만 즐겁게 웃어지는 웃음을 제어하지 못하고 언제나 ‘하하하’ 하고 웃는다. 사진은 왜 그렇게 잘 안나오는 것인가. 예쁘게 웃으며 찍은 것 같은데 정말 아니올시다이다. 그래서 사진찍기가 싫어진다. 그뿐인가. 기억력도 많이 약해 졌다. 제일 힘든 것은 내가 모두 기억하고 불러주던 백 오십여명의 아이들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을 때이다. 자기 이름을 불러줄 때를 기대하며 내 앞에 와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귀여운 눈망울을 어떻게 실망시킬 것인가!
정말 나이들어가는 것이 겁난다. 그러나 인생에게 주어진 법칙이니 어찌하랴. 이제 나도 곧 오십이 되고 눈깜짝 할 새에 60이 되고 70이 되겠지. 하지만 나이 먹는 것을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인내의 열매가 맺힐 것이고, 삶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겸허한 인품이 자연스럽게 풍겨나오게 될 것이며, 가슴에 묻어두었던 한을 풀고 남을 용서할 수 있게 되며 품어주는 사람으로 변화되어 종내는 인생은 하나의 신비요 자신에게 주어진 값진 선물이었다는 것을 알게되고 자신의 인생자체를 고마워하게 될 것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 인생의 과정을 계속 밟아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위대한 것이다. 난 그 과정을 밟으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꿈을 꾸고 싶다. 우아하고 곱게 늙어가는 꿈. 따뜻한 사람, 사랑의 사람, 평화의 사람, 어떤 일에도 놀라지 않는 조용하고 안정된 마음을 소유한 사람, 소녀처럼 맑고 밝은 웃음을 선사해 주는 사람이 되는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