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뒷 마당에 드리운 낚싯대
2004-09-01 (수) 12:00:00
유 선 희 (서예가 )
6개월 전 새 집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리 작지 않은 마당을 가지게 되었다. 깊은 생각도 없이 일을 벌렸다. 콘크리트를 넓게 깔고 잔디 주변을 돌아가면서 두서도 없이 과일 나무와 여러 색깔의 꽃나무 들이 심기워졌다. 뒷마당 공사가 마쳐지고 4월 중순 쯤되니까 꽃 들이 색깔을 내기 시작하였다.
새크라멘토의 불볕이 내리쪼이는 시간이면 마치 색깔을 뿜어내는 듯한 원색적인 빛을 띄는 꽃 앞에 서면 내 얼굴에 반사되어 물이들 것 같았다. 지금은 제법 자리를 잡아 하나 둘 말을 건네며 잡초를 뽑으면서 쓰레기처럼 나둥구는 잡념들도 강한 햇살로 태워 버린다. 어떤 꽃 나무는 영 자라는 낌새가 없고 지저분하고 축 늘어져 내 실수라고 생각하며 뽑아야 할까.말아야 할까… 번번히 망설이면서 지나쳤다. 그러던 것이 내가 며칠 바쁜 일로 나가 보지 못한 사이에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짙은 분홍색의 원을 그리면서 무성하게 줄기를 뻗고..그렇게도 당당하게..나를 놀라게 하였다.
마치 내가 살아보려고 그렇듯 애쓰고 있을 때 넌 내 곁에 없었어… 너는 나의 시들한 모습에 아무런 소망을 두지 않았지… 나는 혼자였어… 라는 말을 던지는 듯했다. 미안한 마음에 물을 주면서 사과의 말을 건넸다. 지금 얼마나 아름답게 마당의 한 모퉁이를 채우고 있는지 볼수록 내 자신에 대해 깨닫는 바가 많다. 불볕이 지나고 저녁이 되면 호스로 물을 주면서 이끼처럼 앉은 나의 마음도 함께 씻어낸다. 너무 더우면 이글거리는 태양을 잠시 물 속에 넣었다 빼고 싶은 마음에 하늘을 향해 물줄기를 뿜어본다. 태양만 바라본다는 해바라기는 이럴 때 어찌 견디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까?…했는데 너무 더운 날엔 해바라기가 타서 죽는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게다가 해가 지면 해를 따라 서쪽으로 얼굴을 돌렸던 해바라기는 해가 다시 뜰 때를 알고 밤새 몸을 비틀어 동쪽으로 얼굴을 준비한다는 글을 읽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사람들은 어려운 말로 해석을 달며 더 어렵게 설명하지만 꽃과 나무. 바람, 돌, 별과 같은 자연은 살아있는 생명으로 말한다. 꾸밈도 더함도 덜함도 없이..마당 한 구석에서 낚아 올린 깨달음이 나의 삶을 더욱 삶답게 이끌어 가는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소나기라도 한 번 퍼부어 주었으면…하며 캘리포니아에서 바랄 수 없는 비를 그리며 내 가슴에 담고 있는 비를 흠뻑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