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정신은 어디로 가고 운명예찬론만 무성한 포르투갈
‘화도’의 슬픈 멜로디
유럽에서 가장 한국인의 입에 맞는 음식이 포르투갈의 생선요리다. 그 중에서도 ‘바클요’라는 생선대구다. 소금에 약간 저린 것인데 이 바클요가 포르투갈 국민들의 주식이다. 끼니마다 먹는 것이 바클요(bacalhau)이고 이 생선으로 만드는 요리가 100가지가 넘는다니 이 나라가 왜 세계 제일의 대구 소비국인지 짐작이 간다. 포르투갈 음식에는 마늘과 고추가 지나칠 정도로 많이 들어가 리스본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 마치 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포르투갈 식당에 가면 또 하나 꼭 주문해야 할 것이 있다. 포트 와인이다. 그 중에서도 검은 망토와 검은 모자를 쓴 상표(사진)의 산데만 와인이다. ‘포트 와인’이라는 명칭은 포르투갈의 도루지방에서 만들어지는 포도주에 한해 사용할 수 있으며 산데만의 검은 망토 로고는 세계 각국에 포르투갈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스테이크 하우스를 찾는 것은 산에서 생선 찾는 것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다. 포르투갈은 어업과 농업이 주산업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순박하고 친절하며 인심이 후하다. 서울 월드컵 대회 때 호텔 종업원들에게 “어느 나라 선수가 제일 마음에 들었는가”를 조사한 TV 특집이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때 한국인 종업원들이 “포르투갈 선수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포르투갈인들이 별로 때가 묻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리스본에 와보면 금방 느낄 수 있다.
리스본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화도’(FADO)라는 음악이다. ‘화도’는 스페인의 훌라멩코 비슷한 멜로디에 탱고 리듬이 가끔 섞인 기타 음악인데 리스본이 바로 세계의 ‘화도’ 본산지다. 멜로디와 가사가 슬프고 대부분 실연이나 이별, 배신, 즐거웠던 추억에 관한 내용의 노래들이다. 청중을 울리지 않으면 ‘화도’ 가수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애수가 곁들여진 음악이며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라는 여가수가 전설적인 인물이다. 5년 전 이 여가수가 죽었을 때 수상이 3일 동안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을 정도다. 포르투갈은 원래 해양어업국이다. 따라서 남자들이 고기잡이나 해외원정에 나가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여자들이 자신의 슬픈 운명을 견디며 살아야 했기 때문에 ‘화도’가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가 되었다. 포르트갈인의 운명론은 유명하다. 모든 것은 운명이라는 것이고 ‘거역해 봤자’라는 것이다.
왕년의 포르투갈은 정말 대단한 나라였었다. 브라질, 콩고, 앙골라, 가봉, 마카오, 동티모르 등이 포르투갈 식민지였다는 사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는 바스코다 가마가 인도 항로를 개척하면서부터 일기 시작한 해양탐험 붐의 결과다. 그래서 그는 포르투갈에서는 성인처럼 존경받고 있다. 해양 탐험가인 마젤란도 영웅시되고 있다. 리스본 중심가에 코메르시오라는 광장이 있는데 바닥에 그려진 초대형 나침반과 바다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선원들의 개척자 동상은 매우 인상적이다.
알파마 거리의 카페에서 바클요를 한 접시 시켜놓고 산데만 포트 와인을 마시며, 검은 드레스에 검은 숄을 한 여가수의 구슬픈 ‘화도’를 들어야 리스본 관광은 제격인 것 같다.
리스본의 테주강 하구에 있는 ‘디스커버러 모뉴먼트’. 세계 최대의 해외영토을 가졌던 포르투갈의 15세기 항해시대를 기념한 것으로 선두에 선 사람은 브라질 발견에 공을 세운 항해왕 엔리케. 신부도 포함된 것이 인상적이다.
포트투갈의 명산품인 타일벽화 아줄레요.
세계일주를 하다 생명을 잃은 마젤란의 배가 정박했던 벨렘타워.
인도양 항해노선을 개척한 바스코다 가마를 기념해 세운 제로니모 수도원.
수도원안에 안치되어 있는 바스코다 가마의 시신.
리스본의 중심가 폼발광장에서 햇볕을 즐기고 있는 아가씨의 모습이 의젓하기만 하다.
포르트갈의 전통음식 바클요. 생선 대구로만 만든 것이다.
이철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