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전산책/사는 게 뭡니까?

2004-08-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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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문학박사>

사람들이 의식하든 않든 ‘도(道; 진리)와 생사(生死)’라는 문제는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태어남으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인생행로가 결국 죽음으로 마감되는 것이기에 생사의 문제는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문제가 동서양의 모든 종교와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주제가 되고, 그 근원을 알고자 하는 노력이 종교적 신앙과 수행, 철학적 탐구와 사색의 중심이 되어 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 수 있다.
사람들은 때로는 신이나 부처라는 말로 또는 진리나 도, 존재, 일자, 마음, 본래면목이라는 말로 각각 그것을 다르게 부르며 또 자기들 나름대로의 다양한 방식으로 종교생활을 하고 탐구하며 사색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진정한 삶, 참된 삶의 근원이자 바탕이라고 하는데는 별로 차이가 없다. 그래서 그러한 근원적인 어떤 것에 대한 물음은 가장 흔하게 어떤 것이 진정한 삶이냐?라는 질문으로 전환이 된다. 이 질문은 신앙의 유무, 철학적 탐구와 사색의 유무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자신에게 물어보거나, 혹은 넋두리하듯이 내뱉게 되는 질문, 사는 게 뭔지?라는 가장 일상적인 질문이다.

자기자신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살아가면서 어느 누가 한 두 번쯤 그런 질문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뭔가 구속받는 듯한 신앙생활이나 골치 아픈 철학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는 사람조차도 다들 종교와 철학의 가장 궁극적인 문제를 스스로 안고 있으며 그것을 떠나 살 수 없는 것이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지난 번 필자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도와 생사’와 관련된 주제의 글을 읽고 강의를 들으면서 끊임없이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은 책을 보거나 강의나 설교, 설법을 들을 때는 뭔가 그럴듯하게 어렴풋이 알듯한데도 또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한 때는 신앙에 깊이 빠지고 특정 사상에 매료되어 온 통 거기에 자기의 모든 삶을 쏟아 부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생사의 문제와 함께 자기 인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그러하다는 고백을 한다. 정말 깨닫지 못해서 그렇다거나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말로 그들을 설득하기에는 설혹 그 말이 옳다하더라도 별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실, 한 때의 치기나 열정을 진정한 깨달음으로 착각을 한 경우가 아니고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죽는 순간까지 그러한 질문을 그렇게 간직하고 방황하며 산다. 그것이 지극히 정상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바로 스스로에게 그러한 고백을 할 수 있을 때가 정말 새롭게 자기의 진정한 삶을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사는 게 뭔지?하고 넋두리만 하며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를 포기한다면 인생은 정말 허무하게 그렇게 평생을 살고도 사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런 넋두리를 할 때 간절하게 분발하여 의심을 내어 되물어야 한다. 사는 게 뭐냐?하고.
그 다음 강의 시간에 똑같은 질문을 다른 분이 하셨다.


사는 게 뭡니까?
지금까지는 어떻게 살았습니까?

언제나 답은 문제 속에 있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똑 같은 질문에, 지금 질문하시는 분은 살지 않고 죽었습니까?하고 대답을 했었다. 지금 묻고 답하는 이 자리가 삶의 생생한 현장이요, ‘사는 게 뭡니까?’하고 묻는 그것이 지금 묻는 사람의 삶이 아닌가? 옛 선사(禪師)들은 이런 경우를 두고 물 속에서 물을 찾고, 소를 타고 소를 찾는다고 했다. 지금 여기 자기 삶을 두고 무지개나 파랑새를 쫓듯이 따로 삶을 찾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뭐 같은 인생이라도 그 인생을 부정하고 자기 삶이 따로 없다. 땅에서 쓰러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라는 부처님의 말씀도 그것을 두고 한 말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인생이라도 그것을 부정하고 따로 진정한 삶이나 즐거운 삶이 없다. 지금 자기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절대 긍정하고 받아들이고 벌떡 일어날 때 그 순간부터 새로운 희망의 삶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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