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엄마 노릇
2004-07-29 (목) 12:00:00
엄영옥<상담원>
세상에서 가슴 벅차게 기쁘면서도 제일 힘든 일 중에 하나가 엄마 노릇 하는 것 같다. 온몸의 뼈가 다 늘어나는 것 같은 산고 끝에 마주 대한 큰애의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이 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내가 감히 어떻게 돌보나하는 경외감이 내 부족함을 더욱 느끼게 해왔다. 생명의 이음고리에 피치 못할 연으로 엄마와 자식의 자리 매김을 하게된 저와나. 서투른 엄마의 다룸에 불편했던지 큰애는 밤이면 깨어 많이 울었다. 두 살 남짓 젖을 뗄 때까지 깊이 잠을 못 자고 자주 일어나 보채는 바람에 내 얼굴은 항상 누루퉁퉁하게 떠서 어디가 아프냐는 인사를 심심찮게 주위 사람들에게 받았다. 나중에 둘째를 키우다 보니 아마도 옆에서 젖을 얻어먹느라 자꾸 깨다 보니 습관이 되었겠구나 하는 문리가 트였지만, 그 당시에는 하루 네시간만 계속해서 잘 수 있으면 세상 임금님이 부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힘은 들었지만 앙증맞은 입을 내돌리며 가슴을 파고들어 젖을 먹다 숨이 막혀 거이거이 기러기 소리를 내던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여웠던지…
짤막한 다리로 뒤뚱뒤뚱 오리에게 빵을 먹인다고 뛰어다니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벌써 열두 살이 넘어 긴 단발머리를 인어처럼 빗어 내리는 가냘픈 소녀가 되었다. 청출어람이라고, 고집 코로 소문난 자기 엄마 고집에 질 새라 제 주장이 뚜렷하고 어찌나 논리가 분명한지 ‘어른이 말씀하시는데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냐’하며 엄벙덩벙 넘어가야 할 때가 가끔 있다. 나중에 가만히 돌이켜 보면 대부분 내 욕심을 앞세워 무리한 요구를 했거나 아이의 입장은 고려하지도 않고 다른 가족들 일정에 딸애를 억지로 끼워둔 경우가 태반이다. 겸연쩍은 얼굴로 사과를 하며 딸과의 관계도 아이의 성장에 따라 변해감을 느낀다. 한 생명의 존속과 신뢰를 한몫에 쥐고 절대자처럼 군림하던 때는 지났고, 이젠 아이의 자리를 존중해주고 홀로 설 수 있도록 한발 뒤로 물러서야 될 때인 것 같다.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달려나갈 새 화살을 쏘아 올리는 충직한 활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슴이 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