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시각/’50년 간 이어온 고아 수출’

2004-07-2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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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겸 기자

입양아들에게 생명을 준 부모는 뱃속에서 태아를 키웠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입양한 우리는 가슴속에서 평생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부터 3일간 밀브레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입양인 가족 네트워크’(KAAN) 주최의 컨퍼런스에 참석한 한 백인 여성의 말이다.
컨퍼런스에는 갓 돌을 지났을 법한 아기와 어린이, 청소년 등 한인 입양아와 그의 가족 400여명이 참석했다. 옅은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의 백인부모를 ‘맘’, ‘데디’라고 부르는 이들의 모습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무슨 절박한 사정인지는 몰라도 친자식을 버린 매정한 부모와 그런 친부모를 떠나온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양부모의 팔에 안겨 웃고 있는 갓 돌 지난 듯한 아기의 얼굴을 보면서 복잡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이들 입양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 특히 한인 커뮤니티의 냉소적인 시선은 다른 어느 커뮤니티보다 차갑다. 이날 만났던 워싱턴 DC출신의 김씨는 태어났지 6개월만에 미국으로 입양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가 말하는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와 막연하게 그립던 모국과는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DC에는 한국인이 많지만 그들은 1.5세, 2세, 이민자들 입니다. 입양인은 다르게 취급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온 한인을 ‘재미교포’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입양아’라고 부릅니다.
짐승도 고향으로 돌아 온 제 무리는 반기는 법이라고 한다.
하물며 사람은 오죽 하겠는가. 그런데 한인사회는 입양인을 한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쪽도 저쪽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분명히 고쳐져야 한다.
디트로이트에서 왔다는 케잇 허씨의 분노 섞인 말투가 아직도 생생하다.
50년 전에 한국전쟁이 끝났는데 왜 아직도 고아들을 외국에 입양 보내는지 모르겠어요. 한국은 부자나라라고 떠드는데 왜 아직도 이래야 하나요. 다른 어린 한인 입양아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요.
그는 한국 정부가 입양인들을 ‘아웃사이더’로 만들었다며 우리가 겪은 정신적 고통과 방황을 그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누가 이들을 나라 밖으로 내몰고 있는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한국은 많은 고아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들을 외국으로 입양 보내기 시작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중국과 더불어 고아 수출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한참을 걸려 모국으로 돌아온 이들을 ‘입양인’이라고 부른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는 이들은 비록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제 고아’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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