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팔자 탓 좀 그만하고 삽시다
2004-07-01 (목) 12:00:00
노재경<국제회의 통역사>
아무 죄도 없는 팔자가 들으면 꽤나 기분 상할 - 아니면 너무 들어서 식상할지도 모르는 - 만사를 포기한 듯한 말투로 하는 말들을 주변에서 너무나 자주 들어 오면서 살고 있다. 타고 난 팔자가 이러니 어떡해. 다 팔자 소관이지. 이게 다 내 팔자지. 팔자(또는 분수)대로 살아야지. 팔자를 잘못 타고 나서 그래. 그리고 짐짓 심히 우려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해서 남에게 하는 그게 다 니 팔잔데 어떡하니?, 니 팔자가 사나워 그래 등등 한참을 나열해도 끝이 없을 듯하다. 어릴 때도 또 성인이 되어서도 제일 듣기 싫은 말이다. 무고한 팔자가 모든 불행을 불러왔다고 보고, 현실을 직시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대신, 과거에만 집착하고자 하는 이런 말을 들으면, 나는 아무런 대책없이 땅에 주저 앉아 땅을 치며 통곡하는 무력한 광경을 떠올리면서 이런 말들을 끔찍이도 싫어했던 것 같다.
갑자기 팔자를 운운하게 된 것은 2주전 남가주에서 개최된 제 77차 Million Dollar Round Table {MDRT 생명 보험 판매 및 재정 자문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의 연례 총회에 통역인으로 참석하여 들은 연설들이 대체로 미래, 희망, 기회 등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 연사들이 마음에 와 닿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는데 그 중 몇 개만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Jim Tunney는 미래를 얘기하면서 사주팔자 운명 철학 운운하는 점쟁이나 전 영부인 낸시 레건이 자주 조언을 구했던 점성가들을 언급하지 않았다. 나는 운명철학가 등을 찾아 위로를 받고 마음의 평화를 구하는 사람들을 탓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다만 한 개인의 미래는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 개인이 인생의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내리고 어떤 계획을 세우며,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에. 미래에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는 삶이나 점쟁이가 예측한 미래에 자신을 내맡기는 삶은 되도록이면 피하자.
미래와 관련하여 A Life of Significance 의미심장한 삶이란 제목의 연설에서Joe Jordan이 한 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아의 본질(Essence of Self)은 미래의 비전에 의해 창조되어져야 한다.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우리 미래의 잠재력을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 있다.
물론 어떤 얘기를 꺼낼 때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 날의 살아온 경험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찬성이다. 하지만 내가 젊었을 때는 이래 봬도... 내가 미국 와서 이렇게 되었지, 한국에 있을 때는 이래 봬도 잘 나갔어... 등등 과거에만 연연하는 사람처럼 매력 없는 사람도 없다.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과거가 아닌 현재 또는 미래를 붙들고 살아야 한다. 현재의 한 순간, 한 순간처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