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슬픈 추억

2004-06-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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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희<무용가>

언제였던가! 나는 전라도 임실 에서 풍물 전수로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을 때였다.
느닷없이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후배녀석의 다급한 목소리엔 슬픔과 놀라움이 가득하였다.
믿기가 힘이든 듯, 그 아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의 죽음을 전하고 있었다.
나 또한 믿을 수가 없었다. 그저 나의 두 눈만이 슬픔을 인식 하는 듯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뿐 이였다. 그리고 나는 이미 혼비백산해진 터였다.

우린 풍물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고, 너른 마당 이라는 팀도 만들어 악기도 치고 음악에 관하여 이야기도 나누며 함께 생활을 할 만큼 우리는 그렇게 친했었다.
어느 날 이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를 넌지시 던졌다.
도희야! 나도 너와 함께 음악공부 제대로 해보고 싶어! 그때 이미 나는 음악의 길에 막 들어설 때 즈음이었다.
그런 후 이 친구의 소식은 뜸해지고 시간은 흘러 어느덧 코끝 찡하게 춥던 겨울 날, 나의 친구는 세상을 뒤로하고 하늘로 가고 있었다. 난 그것도 모른 채 그 친구가 그렇게도 하고 싶어하던 음악을 하고 있었을 때 말이다. 난 그렇게 떠나간 친구에게 그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그 친구가 뿌리어진 곳을 찾아가 묵묵히 장구채를 묻어주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난 지금, 난 어김없이 그 친구의 재일이 다가오면 그 친구를 내 마음으로 초대한다.
그리곤 하루 종일 그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밥도 함께 먹고, 이야기도 나누며, 내가 살아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이곳 저곳 함께 다니기도 하며 말이다.
그렇게 그 친구와 하루를 보내고 나면 난 그 이듬해까지 그 친구를 편안하게 다시 만날 수가 있다.

친구야! 그거 아니? 내가 춤과 악을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너란 것을! 그리고 니가 떠나고 남은 난 너에 대한 슬픈 기억을 내 인생의 더 큰 의미로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그래서 너의 삶에 있어 희망이고 싶고 너의 영원한 숨결과 항상 함께 하고 싶구나.
이제는 그 친구를 내 마음의 슬픈 추억에서 놓아주어야 할 때가 온듯싶다. 더 이상 친구를 생각하며 슬퍼하지 않고 삶에 있어 더 큰 힘이 되어주는 영원한 친구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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