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심적 병역거부와 재미동포의 십자가

2004-06-08 (화) 12:00:00
크게 작게
황종규 <버지니아 거주>

여호와증인의 병역거부는 칼을 쓰면 칼로써 망한다는 성경 구절을 너무 문자적으로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말하는 양심이란 무엇인가? 양심이란 인류를 위하여 세상의 평화와 정의(正義)를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진정으로 양심을 지킬 의사가 있다면 병역이나 무기소지 그 자체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침략전쟁을 반대하고, 침략전쟁을 거드는 국군파병을 반대해야 옳다. 그러나 그들은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침략전쟁을 반대하는 것 같지 않으며 지난날에는 한국의 군사 독재 정권에도 반대하지 않았었다. 이것이 과연 양심적인가?
여호와증인이 병역을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라와 나라끼리 전쟁이 나면 각 나라에 속해 있는 신도들이 각 나라를 위해 신도들끼리 서로 싸우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는 것인 듯 하다. 만일 그런 모순이 생기면 병역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여호와증인 내부의 국가주의를 반대해야 옳다. 즉, 미국이 자기의 부당한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이라크를 공격하여 전쟁을 일으켰으면 미국의 여호와증인과 이라크의 여호와증인이 각기 자기나라를 위하여 싸울 것이 아니라 불의(不義)가 패배하고 정의(正義)가 승리할 수 있도록 싸워야 한다. 이것이 양심이다.
재미동포들은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미감정에 대하여 매우 못 마땅해 하고 있다. 그것은 반미감정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불의의 감정이라서가 아니라 한국인의 반미감정으로 인하여 재미동포들이 받을 지 모르는 수난 때문이다. 한국인의 반미감정은 인터넷 보급으로 한미관계사에 있어서 한국인이 몰랐던 부분이 많이 알려짐으로써 자연스럽게 일어난 정당한 감정이라 볼 수 있다.
숭미 사대주의자들이 6.25 전쟁 때에 미국의 참전을 들먹거리며 미국의 은혜를 애써 강조하지만 미국이 제국주의 국가임이 만 천하에 알려진 이상 설득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반미감정의 원인은 한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즉, 미국의 탐욕이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로 하여금 반미감정을 갖게 하니 이점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고 미국의 탐욕을 불식시키면 반미감정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우리가 미국인들에게 한국인의 반미감정의 원인을 열심히 설명해도 저들이 우리를 핍박(逼迫)한다면 우리는 한국으로 달려 갈 것이 아니라 그 핍박을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자신이 당선되면 북한과 군축 및 통일문제를 의논하겠다고 공약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참으로 감동적이다. 이것은 한국인의 반미감정이 이룩한 귀중한 열매라 아니 할 수 없다.
재미 동포들은 일신상의 안일을 위하여 숭미사상을 고취하는 행위를 삼가 하여 조국통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고 여호와증인은 비폭력 교리를 내세워 다가오는 십자가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 예수께서도 신전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좌판을 엎어버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으므로 성경은 결코 비폭력적이 아니다. 예수 믿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십자가이고 비폭력 교리나 정치적 중립 등은 그 다음이다. 여호와증인이든 아니든 십자가를 피하는 것은 위선이다.
(jkhwang1@yahoo.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