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치 전쟁

2004-06-07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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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미주본사 논설실장>

김치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최소한 1000년은 넘었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인은 고대부터 채소를 즐겨 먹었고 소금을 만들어 사용했다는 사실, 또 역사적으로 젓갈, 장 등의 발효식품이 만들어진 시기 등을 고려할 때 삼국시대 이전부터 김치류가 제조된 것으로 보인다.
김치를 뜻하는 ‘저’(菹)라는 글자는 정작 ‘고려사’(高麗史)에 처음 등장한다. 이는 김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다.
김치 재료가 다양해지고 담그는 법이 여러 형태로 개발된 건 그렇지만 조선조에 들어와서다. 그리고 조선시대 중기에는 고추가 유입돼 김치 양념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고추는 일본을 거쳐서 도입된 남방식품으로 광해군 때부터 널리 보급됐다. 그러나 재배보급에 성공해 고추가 김치에까지 사용된 것은 훨씬 후이다.
18세기 무렵 김치에 고추가 들어가면서 젓갈도 다양하게 쓰이게 됐다. 식물성 재료에 동물성 재료를 첨가하여 맛과 영양의 조화를 이루고 김치의 감칠맛을 더욱 향상시킨 것이다. 독특한 한국의 맛이 탄생하게 됐다고 할까.
조선시대 말에 이르러 통배추가 육종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자리잡게 되었다. 말하자면 ‘한국 김치’가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 김치의 변화는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임원십육지’(林를園十六志) 등에 기록돼 있는 데 이미 41종의 김치 종류가 다양한 형태로 수록돼 있을 정도다.
김치는 이 같이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한국 음식문화의 최고 자랑거리로 자리잡게 됐다. 그 뿐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을 원산지로 하는 ‘세계의 맛’으로 발 돋음하고 있다.
김치가 ‘다쿠앙’(단무지)을 제치고 일본에서 대표반찬에 오른 게 그 한 예다. 그러므로 일각에서는 ‘살사’와 ‘스시’ 다음에 미국인의 식탁을 지배하게 될지도 모를 식품으로 김치가 꼽힐 정도다.
‘김치 종주국’ 한국이 그런데 ‘김치 수입국’으로 전락했다는 보도다. 한국의 관계당국 발표에 따르면 올 4월말 현재 김치 수입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배나 늘어 수출량 보다 수입량이 많은 순 수입국이 됐다는 것이다.
김치 수입이 갑자기 는 해는 지난해로 전년도에 비해 무려 27배가 훨씬 넘는 수입량을 기록했다. 중국산의 싼 김치가 몰려든 탓이다. 그리고 올 들어서는 마침내 김치 수입국이 된 것이다.
일본과의 전쟁에 이은 제2의 김치 전쟁이 마침내 벌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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