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천국제공항 입국 유감

2004-06-02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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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무 <로녹, VA>

지난 금요일 오후 12시 반에 LA를 출발하는 대한항공 018편으로 12시간 반정도 비행한 후, 다음날 즉 토요일 오후 5시 반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같은 시간대에 여러 항공기가 도착해 입국수속창구는 몹시 붐볐는데 추가 창구들을 열어 두 개의 외국인 전용 입국창구로 입국승객들이 몰렸다. 한 창구에는 여자 법무부 입국심사직원이 빠른 동작으로 심사한 후 입국수속을 처리해 주는데 비해, 필자가 선 줄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아 보니 신입 직원인지 매우 속도가 느려 내 차례까지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필자 앞에 선 중국 남자가 차례가 되어 창구 앞에 서더니 여권과 함께 입국서류를 이민국직원에게 홱 던지자 그 젊은 법무부 직원이 아니꼽다며 한국말로 “왜 던져?”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 중국인 친구가 너무 짜증스럽게 오래 기다린 데 대한 불만인지 아니면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서 인지 아무 대꾸도 없이 서 있으니 재차 같은 말로 묻고는 옆방 입국심사 대기실로 가라며 입국허락을 거부해 너무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는 입국심사대기실에 내부비상전화를 걸어, “김형, 여기 건방진 중국(인, 놈?)이 가니 혼 좀 내” 하는 것이 아닌가.
필자 차례가 와 그 젊은 직원에게 한국인 동포로서 조국을 위해 한마디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입국하는 외국방문객의 국적이 어느 나라이건 엄연히 우리 손님으로서 설령 불손한 자세로 이민국 직원을 대하더라도 공손한 자세로 맞아야 한다며 충고를 하고, 제출한 여권의 국적이 외국인이면 그 나라 말로, 아니면 국제공용어인 영어로 공손히 불손한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묻고 시정하려는 자세여야지 우리말로 다그치는 것은 바르지 않다고 얘기했다. 또 개인 감정으로 입국허락을 안 시키고 시간을 요하는 심사대기실로 보낸 것은 크게 잘못한 행동이라며 타일렀다.
요즈음 보안검사강화로 출국 시에도 짜증스러운데 입국 시에 또 그런 수속 정체로 피곤하게 하는데 비해 유럽공동체국가들이 보여주는 간편한 입국수속은 가히 방문객들을 세심히 배려한 처사로 부러웠다.
언제인가 중국본토 방문 시 대만과 중국인 해외화교들을 위한 입국수속창구를 별도 운행하여 따듯한 동포애로 신속히 입국수속을 처리해 주는 것이 부러웠다. 해외한인교포로서 특권을 누리려는 것이 아니라 재외동포를 맞이하는 조국으로서 그러한 조그만 배려를 한다면 이미 외국국적을 갖고 있더라도 조국에 대한 긍지를 더 갖게 될 것으로 본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공무원으로서의 기본자세를 망각한 한 직원의 관료주의적인 오만불손한 태도로 조국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나쁜 인상을 주는 것은 국가이익을 떠나서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교포들에게도 간접적으로 불이익이 옴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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