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효도관광

2004-06-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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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수<화가>

안개가 자욱하다. 하늘엔 낮은 구름이 진을 치고 세상을 회색빛으로 채색을 해 버렸다. 효도 관광을 가는날치고는 을씨년스럽기까지했다. 몬트레이 수족관으로 간다고했다. 오랜만에 광활한 태평양을 바라보며, 비릿한 바닷냄새 맡으며 고향 생각에도 젖어보고 어릴쩍 친구 생각도 해봐야지 하고 따라나선 길이다. 밝은색 반팔은 접어두고 긴 소매에다 조끼까지 끼어입고, 두꺼운 윗도리로 바꿔입은 남편과 교회로 가면서도 날씨가 꺼림직하고 즐겁지는 않았다.
막상 교회앞에서 활짝 웃고 맞이하는 젊은 전도회원을 볼 때 그래도 잘 온 것이구나했다. 버스를 타고 떠나면서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귀엽고 재치있는 사회자의 말을 듣다보니 따갑지 않은 햇살이 도리어 고맙게 생각 되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이 이 작은 일에도 적용이 되는구나!

험한 세월 보내다가 후딱 뒤 돌아보니 나이만 먹었고, 무거워진 몸 지탱하기도 힘겹고, 두고온 세월이 한스럽기만 한 노인들에게 효도 하겠다고, 즐겁게 하겠다고 10여명의 자칭 ‘도움이들’이 예쁜 앞 치마를 두르고 끓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두 남자 집사는 버스의 앞 좌석과 뒷 좌석에서 용의주도한 버팀목이되어 주었다. 두명의 선배집사는 자상한 후원을 보내고 있다. 웃기도 잘 하는 저 젊은이들이 보기도 참 좋다. 5월의 신록같이 생기 있고 향기롭다. 피곤한 줄 모르는 그 싱싱함이 그들의 얼굴에서 빛난다. 그들의 손길 위에서, 그들의 마음 씀씀이에서 하나님의 참된 사랑을 느꼈다. 이렇게 따뜻하고 이렇게 알뜰한 효도를 우리가 언제 받아 보았든가?
후한 대접을 받고 있는 30여명의 노인들 중에서는 막내에 해당하기에 뒷자석을 차지 할 수가 있었고 나만의 생각에 묻힐 수가 있어서 좋았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산과 들은 너무나 아름답다. 목초위의 풀 뜯는 소들은 어찌 저리 한가 할 수가 있을까?. 목장 울타리 곁에 서 있는 저 말은 왜 그리 외로워 보이는가? 수풀에 쌓인 아름다운 저 집속에는 행복한 사람들이 살고 있겠지!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나온 이 나들이가 정말 좋았다. 바닷 냄새가 바람에 실려오나 싶드니 어느새 수족관 앞에 버스가 우뚝 섰다. 보행이 힘든 연로한 권사님들을 위해 휠 체어까지 마련한 젊은 집사님들의 배려! 사랑을 받는자와 주는자, 봉사를 하는자와 받는자가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이렇게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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