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녁을 잃은 사랑

2004-05-3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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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숙/ 유스앤패밀리 포커스 대표

어느 크리스천 재활센터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안내 받는 과정에서 이미 와서 인터뷰를 받고 있던 미국 청소년과 그 부모와 같은 방에서 기다릴 때의 일이다.
그 중 내 눈을 끄는 것은 그 중년부인이 ‘My sweet heart’를 연발하며 너무나도 소중한 듯 가슴에 껴안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계속 입을 맞추는 광경이었다. 그 부인의 가슴에는 앙증맞고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마치 귀족 같은 교만함을 보이는 강아지가 안겨 있었다. 그 부인은 걷기도 앉기도 하면서 계속 쉬지 않고 안고있는 강아지에게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듯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게 이상하게 보인 것은 그 옆에 있는 아들의 모습이었다. 아들은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왔는지 모르지만 마약을 포함한 문제 외에도 불안하고 어두워 보였다. 그리고 물론 그 엄마에게 그 강아지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의 상대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순간 나는 ‘누가 자식이지’라는 질문이 들며 혼란스러워졌다. 그들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만약 강아지에게 하듯 저런 지극한 애정과 관심이 아들에게 부어졌다면 아이의 얼굴에 저런 무거운 그늘이 있을까? 그리고 이곳에 올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사랑할 대상은 진정 누구일까, 그 사랑이 쏟아 부어져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얼마전 청소년 범죄 심포지엄의 패널리스트로 LA에 갔었을 때 일이다. 7년 전에 나와 똑같은 사역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 늘 서로 소식을 전하며 서로 위로 받고 힘을 얻는 존경하는 목사님이 계셨는데 그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한 청소년 재소자가 이제는 청년이 되어 조금 있으면 출감을 하게 되었다. 청년은 완전히 교화되어 멋진 청년으로 출감날짜만을 꼽고 있었는데 어느 날 면회를 가보니 무슨 걱정이 있었던지 아주 얼굴이 상해 있었단다.
그래서 사연을 알아낸 즉 출감해도 갈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한번 면회 온다던 엄마가 아직 한번도 면회를 오지 않아 마음에 분노와 슬픔, 그리고 출감 후의 거처가 걱정돼 잠도, 식사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파 운영하고 있는 재활센터에 머물며 자리를 잡도록 허락해 주었고 그 말을 들은 그는 즉시 얼굴이 환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아무리 변명해도 잘못되어진 사랑이다.
진정 우리가 지극한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다른 누구보다도 바로 우리들의 자녀인 것이다. 자녀들이 외롭고 멍든 가슴이 되어 사회에서 건강치 못한 병든 인격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되어버린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을 것인가? 나의 선함과 의, 그리고 사랑은 바로 가족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이웃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나가야 한다. 가장 가까운 대상에게 가치 있는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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