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문화적인 핸디캡

2004-05-24 (월) 12:00:00
크게 작게
정지원(취재부 차장)

한달 전인가? 회사에 출근하니 기자 책상 위에 놓인 카드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얼마 전 미스 뉴욕 선발대회를 취재할 때 만난 본보의 비둘기 기자, 황나나, 나래 자매가 보낸 ‘Thank You’ 카드였다.

당시 비둘기 기자 자격으로 미스 뉴욕을 취재했던 두 자매는 “미스 코리아 뉴욕 선발 대회에서 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예쁘게 적어 보냈다.


이번 달로 기자 생활을 한 지 꼭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1.5세나 2세로부터 이같은 답례를 받은 기억이 별로 나지 않는다. 카드는 커녕, ‘땡큐’ 전화를 받은 적도 거의 없는 것 같다.

뉴욕과 뉴저지 한인사회에는 1.5세들이나 2세들로 구성된 단체가 10여개에 달한다. 뉴욕청년회의소(제이씨)도 있고 차세대 한인들의 네트웍 형성 단체인 Y-Kan도 있으며 최근 뉴욕 총영사관의 후원으로 발족한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 재단(KACF)도 있다.

이 단체들의 설립 취지나 활동 사항을 기자는 높게 평가한다. 각자 본업이 있으면서 봉사활동을 하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1.5세와 2세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계승해야할 한국적 사고방식의 결여다. 물론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렸을 적 태평양을 건너왔다면 한국적인 사고방식에 대해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미국 부모 밑에서 자란 입양인이 아닌 이상, 한국의 언어와 문화, 예의를 모른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장애’이다.대부분의 2세들을 ‘문화적 장애인’으로 만든 것은 그들의 부모 탓이 크겠지만 선배들의 책임도 크다.

뉴욕 청년회의소 경우, 한인 1세들이 80년대 말 설립한 뒤 세월이 흐르면서 후배들에게 물려준 케이스이다. 제이씨의 창립 멤버 중에는 뉴욕 한인 단체장 등 한인사회를 소위 ‘사랑한다’는 1세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그러나 그들은 후배 양성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돈을 벌기 위해 자녀들에게 한국 교육을 시키지 못한 한인 부모들처럼 한인 1세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미 주류사회 진출’만을 막막하게 고집만 했지, 한국 문화의 중요성을 심어주는데 실패했다. 이 글을 읽고 ‘어차피 2세들이야 미국이 생활터전인데 그까짓 한국적 사고방식에 대해 알 필요가 뭐가 있느냐’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글쎄… 과연 그럴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