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동안 햄버거만 먹는다면
2004-05-13 (목) 12:00:00
<미주본사 주필>
지금 미국의 햄버거 업계는 한 사나이의 당찬 모험 때문에 발칵 뒤집혀 있다. 특히 맥도널드 햄버거는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햄버거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를 하고 있으며 수퍼 사이즈를 없애기로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33세의 모건 스퍼록. 그는 햄버거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한달 동안 하루 세끼 맥도널드만을 먹은 다음 그로 인해 일어나는 갖가지 현상을 의사와 함께 관찰한다. 그런데 그 결과를 외부에 알리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그 과정을 ‘수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라는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제작, 감독, 주연을 직접 자신이 맡은 데다 아무 드러매틱한 스토리도 없이 햄버거 먹는 장면만으로 코믹하게 꾸몄다. CBS-TV는 지난 7일 아침 프로에 스퍼록을 초대손님으로 불러 그가 왜 이와 같은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스퍼록의 대답은 간단하다.
“미국의 전 국민이 비만증에 빠져 있는데 그 주범이 학교 식당의 정크푸드이고 이 가운데서도 햄버거다. 그러나 이에 관련된 산업체들이 워낙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 햄버거를 많이 먹으면 몸에 어떤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계몽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신이 직접 시험대에 올라 모르모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7만여달러의 사재를 털어 영화를 만들었으며 아이디어 하나로 돈방석에 앉게 되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맡아달라는 부탁도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한달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은 결과 스퍼록의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우선 그의 체중이 25파운드나 늘고, 혈압은 120/80에서 150/100으로 뛰었고, 콜레스테롤은 165에서 230으로 올랐다. 그는 이 햄버거 실험을 처음부터 의사 3명 관찰 하에 진행했는데 20일이 지났을 때 의사가 스퍼록의 간에 지방이 많아져 위험하며 심장이 압박 받고 있다고 경고하지만 그는 계속 밀고 나간다. 햄버거 먹기 실험에서 나타난 부수 현상은 스퍼록이 우울증에 자주 빠지고 쉽게 피곤해지는 증세를 보인 점이다. 그는 나중 25파운드를 빼는데 14개월이나 걸려 살찌기는 쉬워도 살빼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 있게 보여주었다. 처음 15파운드 줄이는데는 4개월 걸렸지만 나머지 10파운드 줄이는데는 10개월이나 필요했다.
스퍼록의 햄버거 실험은 타이밍이 적절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지난 3월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미국인의 생명을 가장 위협하고 있는 것은 이젠 담배가 아니라 비만증이라고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61%가 체중과다이며 어린이의 15%가 비만증에 걸려 있고 이로 인해 연간 4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증이 미국인의 ‘공적 1호’로 등장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노래 부르기’ 바람이 휩쓸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살빼기’가 거의 결사적(?)일 정도로 범국민적으로 번지고 있으며 특히 여성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앞으로 한인들도 모든 업종에서 살 빼는 것과 연결시켜 아이디어를 내 비즈니스를 하면 사업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어떻게 하면 날씬해지느냐가 시대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스퍼록은 학교 급식이 얼마나 정크푸드인가를 영화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Super Size Me’는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관람할 만한 가치가 있는 교육적 영화이며 정크푸드 먹지 말라고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이 영화 한편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