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타를 보고

2004-05-11 (화) 12:00:00
크게 작게
손지언 <미주 한국시문학회>

‘난타’를 선전하기에 나는 무슨 폭력영화를 말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은 무언극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히트 친 작품이라고 했다. 노인학교 선생님 한 분이 갔다와서 아주 좋은 작품이니 꼭 한번 가보라고 했다.
5월2일 화창한 날씨였다. 새벽 6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4시 반에 깨어나 설쳤다. 이민 초기에는 수십 번 드나들던 뉴욕이지만 요새는 뜸해서 생소해졌다. 오랜만에 나들이라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어 매일 같이 찾아들던 신경통도 자취를 감추었다.
6시에 대형버스에 승차했다. 코리안 코너에서 몇몇 사람들을 더 태우고 만석의 우리 일행은 뉴욕을 향해 힘찬 여정에 들어갔다. 가는 동안 K라는 가이드는 여러 가지 미국 역사와 유래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상식과 정보들이었다. 거의 5시간의 드라이브였지만 싱그러운 신록을 만끽하며 재미있는 역사 공부도 더하여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옛날에 뉴욕에 다닐 때는 브로드웨이의 도매상에만 다녔다. 그래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았다. 그런데 가이드 말에 의하면 맨하탄의 밑바닥에는 굳건한 암석들이 깔려 있어서 그 많은 빌딩숲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들은 건장한 빌딩 숲을 지나서 작그마한(400여석)극장에 도달했다. 조출한 무대 장치와 조명은 마치 우리네 시골회관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스크린에 조촐한 인사말이 얌전하게 떴을 때 우리는 사랑방의 아늑함을 느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외국인들이었다. 대발로 엮어 놓은 것 같은 스크린에 한국 인사말들이 떴을 때 우리 가슴은 흐뭇했다. 이윽고 다섯 사람의 연기자가 나오는데 대화가 없는 판토마임(무언극)으로 연출했다. 얼굴의 근육을 실룩거리며 연기하는데 참으로 가관이었다. 곁들여 훌륭한 춤으로 표현하는데 그들의 안무도 돋보였다. 세계적인 희극배우 채플린도 무색할 만큼 코미디 터치로 연출하는데 우리는 감탄했다. 재미있고 신나고 관객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간단한 스토리는 호텔 주방에서 갑돌이와 갑순이의 결혼식 연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정해진 짧은 시간에 결혼 파티 준비를 하느라고 주방 식구들이 야단법석이다. 그때 벌어지는 ‘칼질’의 난타극, 쉴 새 없는 ‘난타’가 빚어내는 ‘칼질’의 오케스트라는 정말 걸작중의 걸작이다. 리드미컬한 그 연주는 10년 체증이 가신다. 여러 명이 신명나게 해대는 ‘칼질’이 예술적이었다. 극중 음향 효과도 좋았다.
안무도 훌륭했다. 듣건대 탤런트 송승환이 아이디어를 창출해 감독, 연출했다는데 하나의 종합 예술 작품이다.
관람을 끝내고 나니 모두들 회색이 만면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동포의 쾌거에 흐뭇하고 외국인들은 재미있고 색다른 드라마에 만취되었으리라 재주 많고 머리 좋은 우리 배달민족 참으로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관람하기를 바란다. 브로드웨이 히트 코미디 연극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