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외의 효과

2004-05-0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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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미주본사 논설실장>

기다리고 기다리던 게 결국 날아들었다. 대학 입학 허가서다. 그 허가서 하나를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나. 마음은 얼마나 졸이고.
이제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입학 수속을 밟는다. 이런 부모들이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대학 입학, 이른바 명문 대학 입학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고 그 경쟁에 이기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든다는 사실이다.
가난한 집의 똑똑한 아이가 이러저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명문대에 입학했다. 입학시즌이면 나오는 이야기다.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미국에서 이런 신데렐라 이야기는 흔히 있었다. 이제는 그리 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이다.
가난하지만 스마트한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비율은, 한 전문가에 따르면, 부자 집 아이인데 영 똑똑치 못한 아이의 진학비율과 같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렇다. 연소득이 2만5,000달러 이하다. 그 가정의 자녀가 4년제 대학에 진학할 확률은 50%가 안 된다. 7만5,000달러 이상이다. 그러면 진학률은 80%에 가깝다.
점차 이런 경향이 되어가고 있다는 거다. 돈이 명문대학 입학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일찍부터 과외를 시킨다. 저소득층 가정 출신 아이들은 이 경쟁에서 쳐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하버드 같은 명문대학에서 연 4만달러 이하 소득계층의 자녀들을 찾아보기가 점차 어려운 세상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보고서도 여럿이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적어도 한국인 부모들에게는. 과외의 효과를 일찍이 경험으로 터득하고 있었으니까.
과외는 범재(凡才)를 천재(天才)로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나 범재들이 계산 실수를 않도록 훈련을 시키는데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 효과를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과외를 계속 시킨 덕에 원하던 UC에 들어가게 됐다. 이로서 만사 OK이고, 해피엔딩인가. 결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자녀의 성공적인 삶은 학업수준 못지 않게 부모의 사회환경에 대한 공헌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 그러나 몸담고 있는 공동사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 경우는 어떻게 되나. 자녀의 사회적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다.
좋은 대학에 보냈다. 부모의 역할은 이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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