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아이들의 집

2004-04-2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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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주부>

마더 테레사의 묵상 집에서 읽은 이야기다. 마더 테레사가 어느 날 인도 거리에서 거지 아이 하나를 어린이집으로 데리고 와서 씻기고 먹이고 그 아이한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이는 도망가 버렸다. 며칠 후 누군가가 그 아이를 어린이 집으로 다시 데리고 왔는데 아이는 또 도망쳤다. 그래서 마더 테레사는 동료 수녀에게 도망가는 아이가 어디로 가는 지 쫓아가 보라고 하였다. 아이가 도망쳐 간 곳에는 아이의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나무아래에 앉아서 쓰레기통에서 주어온 음식을 요리하고 있었다. 수녀들은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왜 자꾸만 집에서 도망 치냐’고 아이는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우리엄마가 있는 곳이 우리 집이다’고

어릴 적 학교 갔다오면 으레 대문에서부터 ‘엄마’하고 부르면서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늘 집에 계신 엄마가 안 보이면 이상하게 마음이 허전하고 뭘 해야할지 몰라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안 계신 집은 왠지 쓸쓸하고 낯선 공간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에서는 아이들을 상대로 어떤 엄마가 가장 좋으냐고 물어보았더니 의외로 만화 ‘심슨 가족’에 나오는 엄마 같은 엄마가 좋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제멋 대로고 우스꽝스러운 가족들을 따뜻하게 품어주고 구심점 역할을 하는 정 많은 엄마가 아이들의 눈에는 가장 좋아 보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바라는 엄마는 특별하고 멋있는 엄마가 아니라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고, 품어주고, 쉴 수 있게 해주는 엄마 그대로의 엄마가 아닐까.

엄마가 있는 곳이 아이들의 안식처이고 곧 집일텐데 우리 아이에게 내가 그런 집의 역할을 해주고 있었는지 자신이 없다. 늘 잘잘못만 가리고 내 식대로의 교육방식을 철통같이 믿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내가 믿는 좋은 엄마의 자리가 아니라 아이가 바라는 좋은 엄마의 자리에 있는 엄마가 되야 할 텐데...방금 두 살배기 내 딸이 내 립글로스를 반쯤은 파내고 말았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이다지도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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