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학경시대회 참관기

2004-04-2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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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메릴랜드대학 화공과 교수>

2004년도 전미주 수학경시대회가 재미과학기술자협회(KSEA) 워싱턴지부와 한국일보사 공동주최로 열렸다. 원래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이공계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 학문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특히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이날 경시대회를 주관한 과기협 워싱턴지부 한봉태 교수의 동료로서 참관한 소감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대체로 이날 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한 초, 중, 고 학생들을 보니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것 같았다. 오기 싫은데 억지로 부모 손에 끌려 마지못해 온 듯한 학생들, 별 반대 없이 부모를 따라 온 듯한 무표정의 학생들, 그리고 적극적으로 관심도 있고 의욕도 있어 보이는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동기와 시험 성적에 관계없이 이날 참석한 모든 학생들은 승자(Winner)들이다. 이날 참가한 학생들의 대부분이 버지니아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었고 메릴랜드에서 온 학생들은 의외로 적었는데 내년에는 메릴랜드에서도 좋은 기회를 자녀들이 놓치지 않도록 학부모들께서 관심을 가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인 1세들에게 자녀 교육과 자녀들의 미래의 행복은 미국에 이민 와서 온갖 역경을 이기고 사는 목적이요 보람이다. 교육열이라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 민족이다. 경쟁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각오 또한 거의 세계 제일 수준이다. 소수 민족으로서 이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훌륭히 살아나갈 수 있기 위한 방법으로 대다수의 한인들은 교육을 최고로 꼽고 있으며 이는 또한 가장 현실적이고 옳은 선택이기도 하다. 교육이란 시간이 걸리는 것이지만 그 효과의 확실성은 가장 뚜렷한 것이며 또한 한번 때를 놓치면 되찾기가 매우 힘든 것이기도 하다.
수학경시대회는 우수한 학생들에게 상을 주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 2세들이 이 사회에서 경쟁해 나가는데는 아직 부모세대의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점점 성장하는 한인 사회의 차원에서 2세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할 때가 왔다. 미국사회는 단순한 학교성적 또는 시험성적만으로 학생의 능력이 평가되는 사회가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력서가 경쟁자인 다른 학생들과는 무언가 다른 색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사회봉사, 과외활동의 중요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장학금이나 상(Award)을 받는 것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한다. 재미과기협이라는 30년 이상 된 권위 있고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열린 경시대회에 입상한다는 것은 결코 과소평가할 일이 아니다. 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한국인 학생들과 한자리에서 실력을 겨루어본다는 그 자체가 동기 유발의 좋은 경험이 되며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의 긍지라든가 하는 것을 느낄 수도 있는 값진 기회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재미과기협은 이제 한인 사회, 특히 우리 2세들을 위하여 아무나 하기 힘든 값진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한인 사회에서는 2세 자녀들의 이력서가 더욱 충실하고 화려해질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더욱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며 이제는 그러한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유태인들은 그들의 자녀를 위하여 많은 행사를 만들어 다른 어떠한 민족의 자녀들보다 우수하게 보이도록 그들 자녀를 지원하는데 우리가 그들로부터 본받아야 할 점이다.
choi@eng.um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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