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집정리와 재활용

2004-04-02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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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금순<주부>

집집마다 봄 단장을 하며 마당을 가꾸는 모습들이 아름답다. 뜰이 반지르르하고 잘 가꾸어진 집을 보면 참 행복해 보인다. 주인의 마음도 넉넉하고 푸근한 사람일 것 같다. 아파트에 살면서 화초를 키우다 보니 화분이 많이 늘었다. 남편은 큼직한 것 몇 개 정도만 두고 나머지는 치웠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화초를 기르다 보면 애지중지 정이 들어 잘 버리게 되지 않는다. 이래저래 늘어나는 게 살림살이 들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짐은 얼만큼 이면 될까? 가까이에 살던 이웃이 이사를 가게 되어 함께 짐을 꾸려준 적이 있었는데, 어찌나 짐이 많던지 딱 10분의 1만 있어도 살 수 있을 텐데 싶었다.


순례의 길을 가고있는 나는 짐이 많으면 그만큼 발길에 채일 뿐이니 절반쯤은 줄여야지 하면서 집 정리를 하려고 하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동생은 엄마 닮아서 부지런하고 잘 치우는데 나는 아버지 닮아서 느긋하고 버리지도 못한다. 버리려고 보면 쓸 것 같고, 쓰지 않아도 새 것이니까 못 버리고, 들었다 놓았다 한다.

이민을 오며 다 버리고 책만 들고 왔는데, 몇 년 새 짐들이 또 불었다. 새로 산 것들도 있지만 주로 이웃과 친척들이 준 것이다. 주는 대로 받는 것 까지는 괜찮은데 문제는 내가 버리지 못해서 쌓여가는 살림들이다. 하나 치우려면 한 참 생각하고 고민하고 용기까지 내야 치워지는 것을…

불과 몇 년 전 한국에 있을 때, 나라가 어려웠는데도 집집마다 골목마다 버리는 물건들로 넘쳐 날 때가 있었다. 옷가지, 가구, 이불, 그릇, 냉장고 등등 버리는 물건들로 좁은 나라가 가득한 느낌이었다. 미국에 오니까 부강한 나라라 임에도 불구하고 버려도 안 가져갈 물건들을 야드세일이나 거라지 세일에서 파는 것을 보고 처음엔 너무하다 싶었는데, 몇 년이 지나면서 그것이 얼마나 알뜰하고 검소하며 본받을 일인가를 알게 되었다.

우리동네에는 한 주일에 세 번씩 장이 서는 플리마켓이 있는데 거기엔 온갖 잡동사니들이 있다. 커다란 운동장을 가득 매운 사람들은 재활용을 부끄러워하거나 체면치레도 하지않고 장보기를 즐긴다. 필요에 따라 물건을 사고 팔며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잘 배우고 익힐 삶의 좋은 태도인 것 같다.나도 무조건 치우고 버릴 것이 아니라 살림을 잘 정리정돈하며 지혜롭게 꾸려가는 법을 익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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