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기<시인>

사람마다 단체마다 그릇의 크기 차이, 역량의 크기 차이가 있다고 하겠으나, 스스로 그릇이 크다고 자만하는 단체가 있다면 그 단체에서 해야할 일도 큰일들만 자청해야할 것이다.
이곳 워싱턴 한인사회 많은 풀뿌리 단체들의 지지도 없이 미주한인재단 워싱턴지부는 엘리트 의식만 가지고 한인단체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는 지양되어야할 것이다. 미주한인재단의 전신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지난해에 한 일들에 스스로 낙제점을 주어 자평하고 해체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관록이라도 붙은 듯한 자세로 간판만 바꾸어 달고 엘리트 의식을 가지고 풀뿌리 단체들 위에 군림하려는 자세가 이해되지 않는다.
100주년 기념사업회의 업적을 평가절하 하는 일 예로 ‘100주년 기념집’을 들 수 있겠다. 워싱턴 지역에서 100주년 기념집이 편찬된다면 당연히 지역 문인회가 주축이 되어야할 것이지만, 한 개인이 주축이 되어 그 개인과의 친분 정도에 따라 작품이 수록되어 반쪽 문집이 되는 우를 범하였다. 그렇게 해 놓고 이제는 이 지역 한인사를 펴보겠다고 이 지역을 대표하는 풀뿌리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번에 필자는 웅담 산삼사건으로 우리 한인촌에 붙은 불이 강 건너 불이 아님을 강변해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한인 판자촌에 큰불이 세 군데서 일어나 우리를 위협, 핍박하고 있다. 하나는 웅담 산삼사건이요, 또 하나는 대형세탁소를 두둔하기 위한 한인세탁업소에 불리한 편파보도요, 또 다른 하나는 코리안 마사지 팔러에 대한 기사이다.
이 불을 강 건너 불로 보겠다면 해당이 전혀 없는 집단에게는 강 건너 불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여기저기서 불이 나서 불바다가 되기 시작하는데 여기가 한인촌이다 하고 조형물이나 만들어보자는 그 안목에 엘리트적인 안목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진정으로 엘리트적인 집단으로 자부하고 그릇이 크다고 생각한다면 그 추진하는 일이 한인사회 내부의 조그마한 일들이 아니라 그 창구를 미 주류사회로 열어 한인사회를 좀더 긍정적으로 홍보하는 일에나 앞장서준다면 고마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