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의 효과
2004-02-11 (수) 12:00:00
<옥세철 미주본사 논설실장>
미국 내 최대 ‘왕발’은 누구일까.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다. 수 년 전 한 시사잡지의 보도다.
퍼스트 네임을 부르고 지낼 정도의 친분을 맺고 있는 사람이 미국 내에만 수 만 명이라고 했다. 게다가 그 인맥은 가히 전 세계적이어서 중국의 관료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가 인물에 이르기까지 망라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김상현·이홍구씨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 ‘왕발’로 꼽힌다. 이들의 지인 규모는 2만 여명 선.
경사가 생겼다. 아들이 결혼식을 하게 된 것이다. 청첩장을 몇 장이나 찍어야 할까.
1,000장 이상은 찍어야지. 이런 사람은 교제 범위가 넓은 편에 속한다. 보통 사람의 경우 300장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다.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산다. 이런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지인 관계 범위는 대략 300명 정도라는 것이다.
결혼 같은 대사가 있을 때 그래서 가장 많은 청첩장 주문은 300매라고 한다. 보통 사람의 지인 범위다.
이 수치는 만국 공통인 모양이다. ‘여섯 다리만 걸치면 세상의 모든 사람과 아는 사이’라는 말이 있어서다. 이는 보통 사람의 지인 규모를 300명으로 잡은 결과다.
한 사람이 300명 정도를 알고 지낸다. 상대도 그렇다. 그러므로 한 다리만 건너면 9만 명을 알게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할 때 여섯 다리를 건너면 전 세계인구는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3.6명만 거치면 다 아는 사이라는 게 얼마 전의 보도다. 전혀 모르던 사람들끼리라도 서, 너 명만 거치면 다 알게 된다는 이야기다.
4,800만 인구의 한국이지만 그만큼 좁다는 말이다. 하긴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안다는 말이 있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학력, 비슷한 업종 종사자끼리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미주 한인 사회를 돌아보자. 4,800 만 한국 사회에서도 서, 너 명만 건너면 모두 알게 된다. 미주 한인 사회의 사방 벽은 훨씬 좁다. 말 그대로 한 명만 건너도 서로 알게 되는 사회다.
이런 좁은 사회에서 별의별 사건이 그치지 않는다. 쓸데없는 매명 싸움에, 사기에, 허위와 과장 광고에.
300명의 효과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