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님비(NIMBY)와 핌피(PIMFY)

2004-01-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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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일본이 독도를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일본의 주장은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인내심이 부족하게 만든다. 이런 것은 이미 자리 잡고 살고 있는 주인에게 힘으로 위협하여 집을 내놓으라고 하는 억지춘향식의 유치한 행동일 뿐이다. 독도가 비록 작은 섬이라 할지라도 자기네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엄연한 월권행위이며, 더 나아가서는 한 국가의 내정간섭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정말 일본이 질기게 독도를 주장한다면 아마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한일합방 때는 국민들이 몰라서 그랬지만 지금은 어느 누구의 침입과 간섭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가 지구촌 곧 한마을 식의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언제든지 각 지역과 나라의 이익과 발전을 생각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나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지역 이기주의가 나라와 대륙으로 번지게 되었다. 유엔 같은 세계 연합 기구가 전세계를 통제하고 통솔하지만 힘있는 나라가 때로는 독자적으로 세계의 질서를 움직이게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는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지역적인 이익에 저마다 머리를 곤두세우고 있다.
요즈음 핵이 생활화가 되면서 핵쓰레기 매립은 환경문제와 더불어 각 지방행정부가 서로 서로 어렵고 손해나는 일을 기피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가능한 환경과 몸에 해로운 핵쓰레기는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 버려지지 않기를 바라며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땅에는 절대로 그런 나쁜 것은 놓을 수 없다(Not In My Back Yard-NIMBY)는 지역 이기주의가 나라 전체의 운영에 곤혹을 주고 있다. 반대로 지방의 경제와 생활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것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저마다 유치하려고 한다(Please In My Front Yard-PIMFY). 운동경기 내지 경제 특구, 문화 시설 등을 유치하여 지방의 문화 경제 발전을 도모하려고 한다. 나에게만 이익이 되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분적인 해결은 되지만 전체의 조화와 균형은 무너지게 된다.
역사는 언제나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발전하고, 또 후퇴하기도 한다. 보수가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며, 언제나 악한 것은 아니다. 진보가 언제나 발전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조화와 대화이다. 그래서 주자학에서는 ‘중용’을 가르쳤다. 지나치지도 않으며, 모자라지 않는 균형의 삶의 원리가 중용인 것이다. 치우치거나 기울어짐이 없는 중심체를 세워서 지나침이나 모자람이 없이 알맞은 것은 평화이며, 발전이 된다. 오직 나만을 위하는 삶은 타인을 해되게 하고, 타인만을 위하는 삶은 나를 잃어버리게 한다. 너도나도 함께 모두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성장이고, 번영이고, 부흥과 발전이 된다.
성경은 말씀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빌 2:3-4)
작은 단체나 작은 기관도 자기의 눈앞에 보이는 유익보다는 전체를 생각하게 되면 후퇴나 대립은 없어질 것이다. 남의 논의 물을 내 논에 대는 아전인수 식보다는 남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태도가 모두를 기쁘게 하는 공동체 원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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