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첩장과 부고장

2004-01-25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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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원 <볼티모어 미주방송 보도국장>

동포사회 어느 단체장은 회장 감투를 쓰고 있다는 죄로 1년에 동포들의 경조사비용으로 거의 1,000달러 정도를 과외로 지출하고 있다고 애교 섞인 푸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웬만한 페이먼트에 버금가는 액수지만 동포들의 경조사에 부조금을 보낸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라고 했다.
인간이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후 성장하면서 짝을 찾아 일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맞이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요 인간의 정해진 순서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기 전 친지들 또는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보내는데 결혼식, 돌잔치, 회갑연 등에 참석하는 모든 분들이 기쁜 마음, 축복하는 마음으로 그날의 주인공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천명을 다했거나 불의의 사고, 난치병으로 이승과 작별하는 시점에선 부고장이나 신문 부고란에 이름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부고장을 받는 순간부터 이미 고인이 된 그 분과의 인연을 생각하게 되며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고인의 가족에 대해서도 슬픔 마음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동정과 걱정을 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거의 100세까지 장수할 수 있게 되어 부고장보다는 청첩장이나 초대장이 더 많이 오고 있어 우리들 마음속에 애도와 슬픔 대신 축복과 기쁨이 더 많이 찾아들게 된다.
2004년 갑신년 새해를 맞아 남의 나라 땅에 와서 기죽지 않고 열심히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동포사회에도 슬픔과 눈물이 담긴 부고장 보다는 기쁨과 환희, 그리고 축복이 가득 채워진 청첩장이나 초대장이 더 많이 날아들기를 바라며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고 아픔과 슬픔 그리고 기쁨을 같이 하는 아름다운 동포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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