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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관련 기업 조사

2004-0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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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IBM 뇌물·입찰비리 파장 확산

미 사법당국이 최근 한국에서 터진 한국 IBM 간부들의 컴퓨터 납품 비리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치인 및 정부 관리들에게 ‘검은 돈’을 제공한 한국 대기업들의 각종 비리도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비리사건에는 한국 IBM 외에 미국 IBM과 한국 LG의 합작법인인 LG IBM도 연루돼 있어 미 사법당국은 미국 회사의 한국 현지법인 뿐 아니라 미국 회사와 한국 회사의 합작법인에 대해서도 미국법 위반 여부 및 현황 파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미 사법당국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남미국가 고위 공직자 및 대기업 간부들이 ‘검은 돈’으로 사들인 부동산 등을 국토안보부가 압수했고 연방상원 재정위원회가 재무부에 ‘검은 돈’ 차단을 적극 촉구한 사실을 들어 이번 한국 IBM 사건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불법 유입된 재산에 대한 국토안보부, 재무부,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이 조사를 촉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릿저널(WSJ)은 6일자 B5면 ‘IBM 지사와 연관된 뇌물사건이 한국내 미국 조사를 시작케 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IBM 관련 뇌물 및 입찰비리 스캔들이 미 법무부와 SEC의 조사를 유발시켰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릿저널은 이어 “미국 정부의 조사가 현 단계에서 정식 수사는 아니지만 법무부와 SEC는 미국 회사가 외국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지적, 미 사법당국의 조사가 곧 정식수사로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신문은 특히 “IBM이 대체적으로 윤리적인 국제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번 사건은 1994년 아르헨티나 사건을 연상케 한다”며 윤리적인 국제기업도 진출 국가의 정치, 사업 환경에 따라 비윤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암시, 한국의 정경유착이 이번 사건의 한가지 원인임을 시사했다.
SEC는 지난 1994년 IBM이 아르헨티나 국영은행 고위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컴퓨터를 납품한 비리 사건에 대해 아르헨티나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자 조사에 착수, 지난 2001년 IBM에 회계 및 영업기록 관련 조항 위반으로 30만달러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신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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