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시기 없는 사람들

2003-12-19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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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준 <변호사.훼어팩스, VA>

거시기 없는 사람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 거시기인지, 저 거시기인지, 무조건 기뻐하는 거시기 없는 사람들. 그들은 긴 것보다는 짧은 것에 더 의미를 주는 사람들.
거시기 없는 사람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다이아몬드를 주나, 꽃 한 송이를 주나, 똑같이 기뻐하는 거시기 없는 사람들. 그들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 더 감동 받는 사람들.
거시기 없는 사람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돈을 직접 벌거나, 돈을 얻어 쓰거나, 받는 것을 기뻐하는 거시기 없는 사람들. 그들은 자기가 살 수 있음에도 선물을 더 기다리는 사람들.
거시기 없는 사람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입 발린 소리를 하나, 진실된 말을 하나 똑같이 기뻐하는 거시기 없는 사람들. 그들은 거창한 말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더 마음 주는 사람들.
거시기 없는 사람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근육을 보이나, 앙상한 뼈대를 보이나, 관심 보여주면 기뻐하는 거시기 없는 사람들. 그들은 강인함보다는 연약함에 더 연민을 쏟는 사람들.
거시기 없는 사람들. 도대체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이 몹시 걱정스럽고, 두려워진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시기 있는 사람들 보다 더 위대함을 알기 때문이다.
거시기 없는 사람들. 그대의 이름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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