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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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허상

2002-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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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아서 월드론/워싱턴포스트 기고

주룽지 중국 총리가 최근 자국의 한 TV방송에서 1998년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았더라면 중국 경제는 붕괴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가 매우 신중한 정치인이란 점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연간 7%라는 괄목할 만한 기록을 보이고 있지만 철로변이나 길가에는 할 일이 없어 노숙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고 건설현장에는 공사가 중단된 곳이 한둘이 아니다.

경기는 좋다는데 왜 실업자는 늘어나고 에너지 소비는 줄어들고 있는가. 이는 어떤 경제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역설이 아닐 수 없다. 피츠버그대 토마스 로스키 교수는 정확한 자료를 토대로 중국 경제가 지난 98년부터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와 학계, 그리고 식자들은 중국 경제를 재대로 보는 데 태만했다. 집단 사고, 일자리 보전, 욕심과 희망적 사고, 중국의 반응에 대한 염려 등이 원인이 됐음직하다.

우리는 중국이 제시하는 자료에 의존해 왔다. 그들이 경제개혁을 발표한 뒤 꾸준히 실행에 옮기고 있는지에 대해선 주시하지 않았다. 중국의 진정한 경제개혁은 나라를 쥐고 흔드는 공산당의 정치적 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 소비자들의 욕구는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공급은 거의 공산당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별로 사고 싶지 않은 물건들을 만드는데 국가재원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공기업은 주민들이 관영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이용해 굴러간다. 이들 공기업은 적자가 나도 정부에서 마구 돈을 빌려주니 걱정이 없다. 사기업 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것이 바로 성장이 아닌 붕괴를 부르는 정책이다. 그래서 주룽지 총리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경제에 대한 안이한 가설들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 경제가 주저앉을 잠재성에 대해 심각히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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