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호한 이라크 ‘테러연계’

2002-03-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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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데이빗 이그나시우스/워싱턴포스트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전쟁 전략을 아랍과 유럽에 세일하려면 우선 이라크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공격과 연계돼 있다는 확증이 없음을 시인해야 한다. 뉴욕 테러사건 이후 수개월간 언론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알 카에다 테러조직원 모하메드 아타가 사건 발생 5개월 전 체코 프라하에서 이라크 정보원과 만났다"며 이라크 연계설을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의 고위 관료들에 따르면 이라크와 빈 라덴과의 연계를 입증할 신뢰할 만한 정보는 아주 미미하거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타가 2000년 프라하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이라크 정보원을 만났다는 확증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후세인은 빈 라덴이 이라크 영토를 테러 근거지로 사용하면 정정 불안 요인이 되므로 이에 반대했다는 정보가 더욱 뚜렷하다고 유럽 관료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금은 미 중앙정보부에서도 이를 수긍하는 입장이다. 아타와 이라크 정보원의 회동설을 처음 밝힌 체코 당국도 한발 뒤로 물러섰다.

중요한 것은 유럽 관료들은 후세인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은 후세인이 과거 많은 테러행위에 간여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알 카에다와의 연계설로 이라크를 공격하는 것은 곤란하며 군사행동은 후세인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 노력에 대한 물증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난 1월 부시 행정부는 ‘악의 축’ 발언으로 후세인을 대량살상 무기 주범으로 몰아세우려 하고 있지만 국제적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우려할 만한 아이러니는 알 카에다 잔존세력이 아프가니스탄 국경을 거쳐 이란으로 넘어가 있다는 보도이다. 이란은 처음에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했지만 자신들이 ‘사탄’으로 부르는 미국에 너무 고분고분했던 것이 아닌가 하면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국제적 지지를 얻으려면 미래에 있을지 모를 테러의 위험성을 솔직하게 언급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핵 보고서를 다시 쓰고, 국방부에 대외선전국을 신설하며, 핵공격에 대비해 ‘그림자 정부’를 구성하는 등 일련의 비밀스런 조치보다는 밖으로 나와 떳떳하게 외교를 벌이는 것 바람직하다. 딕 체니 부통령이 ‘벙커’에서 나와 유럽과 중동 순방 길에 오른 것은 그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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