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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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서툰 ‘핵 정책’

2002-03-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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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냉전체제 아래서 평화가 유지된 것은 선제공격 이후 상대방이 대응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이른바 ‘상호 보장파괴’ 체제 덕이었다. 이는 핵전쟁 발발뿐 아니라 군비경쟁을 종식시키는 역할도 했다. 그런데 지금 부시 행정부는 일부에서 지칭하듯 ‘일방 보장파괴’란 새로운 핵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 밝혀진 핵 보고서가 정부의 공식정책으로 채택된다면 세계에 핵무기가 확산될 것이다. 지구는 보다 위험한 곳이 되고 미국의 안보는 약화될 것이다. 이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대응공격이 아닌 핵 선제공격 타겟으로 지목돼 있고 중국은 대만과의 군사충돌 시 미국의 핵공격 대상이 돼 있다.

이 보고서는 리비아, 시리아, 이란, 북한을 핵공격 타겟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으면서 핵확산 금지조약에 가입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78년 미국, 영국, 소련 3국은 이 조약을 강화하기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회원국이 핵보유국과 동맹으로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면 절대 이들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었다.

이 선언에는 1995년 프랑스와 중국이 동참했고 182개 비핵보유국들은 5개 핵보유국들이 핵공격을 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보유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번 보고서는 이 같은 신뢰를 손상시키고 있다. 미국이 핵공격 대상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계속 편다면 핵무기 확산만을 조장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행정부 단독으로 결정하기엔 너무 중대한 사안이다. 의회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활발한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다.

로버트 맥나마라·토마스 그래험 주니어/LA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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