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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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준 자신감

2002-03-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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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테러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테러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가족, 업소, 뉴욕 다운타운 주민들의 ‘오늘’을 돌아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복구는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잔해는 제거됐지만 움푹 패인 땅은 그대로 남아 있어 유족들의 공허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6개월 전 ‘그라운드 제로’가 이렇게 생겼으리라고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구조대와 중장비팀이 불철주야 복구작업을 벌여 뉴욕 시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극의 현장이 내포하고 있는 그 날의 참혹함을 경감시키지는 못한다. 사전 경고 없이 터진 그 날의 사건은 아직도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주민들의 노력으로 테러사건에 대한 충격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엄청난 비극의 복구가 위기에 대한 정치적 논의, 노사협상, 장기개발 청사진, 재정지원 프로젝트 등 ‘행정적 사안’으로 귀결되는 듯한 광경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또 한차례 씁쓸함을 표시했지만 이것도 결국 피해자들을 돕는 방안이었다.


지난 6개월간 뉴욕은 단기간에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테러범들의 악행과 희생자 및 구조대원들의 관대함은 우리의 마음에 간직돼 있다. 역사는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역설적인가를 깨우쳐 준다. 이제 문제는 테러로 인한 단기적 파장보다는 전세계에 끼친 후유증을 치유하는 데 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심정적으로 테러 후유증을 상당부분 극복했다고 본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부터 중동 전선,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은 우리 혼자 힘으로는 진정한 복구를 할 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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