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략적 거짓말

2002-02-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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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모린 다우드/뉴욕타임스 칼럼

국방부의 새로운 비밀조직인 ‘전략적 영향실’(Office of Strategic Influence)이 우방이든 적이든 가리지 않고 외국 언론에 전략적으로 거짓말을 유포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가자 관계부처가 움찔하고 있다. 거짓 정보를 은밀히 퍼뜨려 상대를 교란시키는 것은 중앙정보국의 업무였으나 이젠 국방부 산하기관도 이 부분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 언론을 통해 외국 정부와 외국민 전체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며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부시 행정부 핵심 인물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이 TV 제이 레노 쇼에 출연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지만 그는 정작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사항에 대해선 함구했다.

젊은이들이 전장에 나가 적과 대치하고 교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애매 모호한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부시 행정부가 진정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정부의 책무중 하나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국방부의 전략적 영향실의 업무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줘야 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산 속에 숨어 있는 탈레반과 알 카에다 세력에 겨냥하면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양민의 희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국방부는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법무부는 체포된 탈레반과 알 카에다 세력의 면면과 체포 이유를 공표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의 대의명분은 정당하다. 그런데 왜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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