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멜로즈길 파티나

2002-02-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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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단골 맛집-이대룡(한국자동차 그룹 회장)

▶ 12년 별미 ‘트러플’...갈때마다 ‘새맛’

지난달 올림픽 성화를 들고 한인타운을 힘차게 달린 한국자동차 그룹 이대룡 회장(56)은 미식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성화봉송 주자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은 올림픽 공식후원업체인 셰볼레의 4,000개 딜러중 한국자동차가 고객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의 하나로 선정됐기 때문인데 이런 서비스는 바로 그의 섬세한 입맛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대룡씨가 평소 즐겨 찾는 식당은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멜로즈 애비뉴의 파티나(Patina). 음식 비평가들에게 항상 높은 점수를 받는, 식당 좀 다닌다 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만한 맛 집이다. 1990년대 초 파티나가 문을 열 때부터 줄기차게 다니기 시작했으니 꽤 오랜 기간 단골인 셈이다.

무엇보다 음식 맛이 좋다는 것이 파티나를 자주 찾는 이유지만 인테리어, 식기, 메뉴, 하다 못해 웨이터들의 의상에 이르기까지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많이 어여쁘단다. 마치 끊임없이 자기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고 변신해 평생을 살아도 항상 색다른 느낌을 주는 그의 아내 데비 리(56)씨에 비할까. 10여 년째 와인을 수집하고 있는 와인 애호가인 그에게도 파티나의 와인 리스트는 만족할 만큼 훌륭한 점 역시 항상 이곳을 찾게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오늘은 12년 째 봄철에 마련하고 있는 트러플 6코스 디너를 주문해본다. 요리의 예술가 조아킴 스필리셜(Joachim Spichal)은 트러플을 이용한 맛깔스럽고 보기도 예쁜 전채요리에 4중주라는 시적인 이름을 붙였다. 물감을 풀어놓은 팔레트처럼 생긴 접시에 앙증맞게 놓인 애피타이저는 참치 회와 성게 알 등 다분히 동양적이고, 이국적인 소재를 이용한 요리들은 서서히 식욕을 자극해 온다.

다음 코스는 메인주에서 가져온 조갯살 요리, 겉만 살짝 익혀 먹어도 될 만큼 신선한 재료를 트러플 식초로 맛을 내 바다 냄새가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트러플과 카넬리 콩으로 조리한 연어와 쇠고기를 셋째, 넷째 코스로 맛본 뒤에는 치즈와 초콜릿 트러플 케이크까지 트러플의 행렬이 줄줄이 이어졌다. 같은 소재를 이용해 이렇게 다양한 맛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주방장 스필리셜이 동일한 주제로 수많은 변주곡을 창조해냈던 모찰트만큼 경이롭게 느껴진다.

파티나에는 요리에 꼭 어울리는 와인 소믈리에를 따로 두고 있지만 와인 애호가인 이대룡씨는 평소에 아끼던 96년 나파밸리 산 캬버네 소비뇽 ‘오퍼스 1’을 집에서부터 직접 가져왔다. 농염한 여인처럼 잘 숙성된 붉은 와인을 한 시간 남짓 공기와 결합시키니 어쩜 그렇게 요리들과 잘 어울리는지, 그의 와인과 맛에 대한 탁월한 감각에 입이 벌어진다. 여유있게 와인, 좋은 음식을 즐기는 그의 인생은 파리의 하늘 밑에 있지 않아도 늘 장밋빛이다.

▲종류: 프랑코 캘리포니아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금요일만 정오-오후 2시 30분까지. 디너는 일-목 오후 6-9시 30분, 금요일은 6-10시30분, 토요일은 5시30분-10시30분.
▲가격: 전채 14-17달러, 메인 디쉬는 27-33달러. 해물로 꾸며진 4코스 Ocean Menu는 75달러, 야채를 소재로 한 4코스 디너는 65달러, 주방장이 꾸민 Tasting Menu는 69달러, 현재 특별히 마련되고 있는 6코스 트러플 디너는 99달러.
▲주소 5595 Melrose Ave. Los Angeles, CA 90038 (Melrose 길, Highland와 Cauhanga 사이에 있다.)
▲예약 전화 : (323) 467-1108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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