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야경 벗삼아 ‘캘아시아 쿠진’ 만찬

2002-01-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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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외식

▶ 할리웃 힐 야마시로

할리웃 힐의 야마시로(Yamashiro)는 LA에서 가장 낭만적인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 LA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전망을 바라보며 남국의 향기 가득한 칵테일 잔을 기울이다 보면 삶은 창 밖의 석양처럼 타오르기도 하고 야경처럼, 하늘의 별빛처럼 영롱하게 빛나기도 한다.

1911년 LA의 부호였던 번하이머 형제는 헐리웃 산 중턱에다 교토 근처 산에 있던 웅장한 성을 그대로 복제한 저택을 짓기 시작했다. 건물이 완성되자 두 형제는 극동 지역에서 사 모은 골동품들로 이 성을 채우고 야마시로(山城)라는 멋진 이름도 지어주었다. 할리웃의 황금기간 중 야마시로는 유명한 스타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드나드는 고급 사교 클럽이었고 사요나라, Playing God 등 수많은 영화가 바로 이곳을 로케이션으로 촬영되었다.

음식 비평가들이 극찬하는 주방장 마사 쿠리하라는 캘리포니아 식에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적 색채를 가미한 자신의 요리를 ‘캘아시아 쿠진’이라고 부른다. 그가 창조한 새로운 맛의 세계는 신선한 재료를 이용한 건강식인 동시에 이국적인 액센트가 있어 맛깔스럽다.


스시와 사시미는 여느 일식 집 못지 않게 신선하며 접시에 내 오는 솜씨도 멋스럽다. 전채 요리인 크랩 케이크(Crab Cake)는 안은 몰랑몰랑하고 밖은 바삭바삭한 것이 마치 겉모습은 새침떼기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여자 같다. 코코넛 새우(Coconut Shirimp)는 꿀과 생강으로 맛을 낸 간장 소스를 사용해 독특한 맛을 낸다.

버섯, 샬롯과 함께 요리한 연어(Salmon in Puff Pastry)는 바삭바삭한 파이로 한 겹 싼 것이 생선 맛, 질감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다. 바다 농어를 저며 그릴에 굽고 간장과 마늘, 꿀로 달짝지근하게 맛을 낸 소스를 끼얹어 와사비 향을 더한 메쉬드 포테이토와 짝을 이룬 쇼유 글레이즈드 시배스(Shoyu Glazed Sea Bass)는 가히 입에 녹아드는 맛이다. 야마시로 피스트(Yamashiro Feast)는 가재 다이나마이트, 쇠고기 구이, 닭고기 튀김 꼬치 구이에 밥과 야채까지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메뉴. 샐러드와 미소 수프까지 아주 푸짐하다.

아시안 우동 파스타(Asian Udon Pasta)는 우동에 여러 재료를 넣어 생강 깨소금 소스와 함께 볶아낸 것으로 야끼 우동인 셈. 어떤 우동 면발은 팔자를 잘 타고 나 고급 식당에서 비싼 요리로 팔린다는 것을 알면 과연 대전 가는 고속 버스 터미널 휴게실에서 후룩후룩 먹던 가락국수 면발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식사 후 교토 고성처럼 꾸민 8에이커의 일본식 정원을 산책하며 도시의 야경을 감상하자니 눈으로 맛보는 후식도 달콤한 케이크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종류: 캘리포니아 아시안 요리
▲오픈 시간: 칵테일 라운지는 오후 5시-새벽 2시, 디너 식당은 오후 5시 30분-9시 30분 (금, 토요일에는 10시 30분).
▲가격: 전채, 5-12달러, 메인 디쉬는 17-32달러.
▲주소: 1999 N. Sycamore Ave. Hollywood, CA 90068 Franklin Ave.로 쭉 가다가 La Brea 바로 전 길인 Sycamore에서 우회전한 뒤 안내 표지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예약 전화 (323) 466-5125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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