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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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정책 저버리지 말라

2002-01-1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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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하이킬라, 조지 타튼/ LA 타임스

김대중 대통령 임기가 끝나 가는 것과 함께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가는 것 같다.

2000년 노벨 평화상 수상 이유의 하나였던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밀려오는 폭풍으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은 아득한 옛날 얘기 같지만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고 남북한간의 관계가 해빙기에 들어간 것 같던 것이 불과 15개월 전이다. 김 대통령은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2001년 3월 부시가 취임하자마자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희망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무기 개발에 대한 입장 표명이 불분명한 점을 들어 햇볕 정책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무너졌다.


9·11 테러 이후에는 사태가 점점 악화됐다. 미국은 그 후 세계를 ‘우리 편’과 ‘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양분된 상태라는 것은 자명하다. 남북한은 한반도의 음과 양에 해당한다. 한반도 분단은 다른 곳에서는 끝나고 있는 냉전의 부산물이다. 긴장이 완화돼야 정상인데 세계가 문명국과 야만국으로 양분되면서 오히려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 위험한 일이다.

김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다. 후계자가 누가 되든 그가 수십 년 간 군사정권의 박해를 받으며 보여준 용기를 능가하지는 못할 것이다. 김 대통령이 미국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누가 북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내겠는가. 북한의 위협은 엄존하고 있지만 이를 미국 파괴가 목적인 알 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북한의 진짜 위험은 자신이 점점 세계에서 고립돼 가고 있다는 망상에서 나온다. 김 대통령은 대립을 강조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를 사로잡고 있는 패라노이아를 자극할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또 휴전선 근처인 서울에 1,200만이 살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경계를 늦출 수 없음도 알고 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현 긴장 상태를 고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완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열쇠는 분단상황을 처음 만든 중국과 러시아가 쥐고 있다. 미국은 이들과 남북한 경제 협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9·11 테러는 세계의 양극화 현상을 드러냈지만 구질서가 끝났음도 보여줬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과 함께 반 테러 전선에 합류하고 있다. 북동 아시아 경제 개발에 관한 한 공동의 이해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이들도 점차 이해하고 있다. 북한이 여기 참여한다면 가능성은 한층 커질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위해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며 이를 돕는 것은 미국에게도 이익이다. 한국 햇볕 정책의 포텐셜을 헛되이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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